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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IT·BT·NT 육성과 과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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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전문가들은 21세기 한국의 주요 성장엔진으로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테크(NT)를 꼽는다.

미 ·일 ·유럽 등 선진 각국도 이들 3T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돈과 연구력을 쏟아붓고 있다.3T 개발 경쟁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육성 전략과 과제를 전문가 좌담을 통해 짚어 본다.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민화식 SK에너지 환경연구소장,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이희국 LG전자기술원장,정규석 LG전자 사장(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사회=3T가 왜 중요한가.

▶이기태 사장=우리 생활과 산업의 구조를 바꿀 만큼 3T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노트북 만한 슈퍼컴퓨터가 등장하고, 암은 물론 웬만한 불치병은 정복돼 인간의 평균 수명이 1백세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깔린 무선망 덕에 구리나 광섬유 등 통신선의 구속으로부터도 해방될 것으로 본다. 선진 각국이 3T의 기술 패권을 잡으려고 전력을 다하는 이유다.

▶민화식 소장=나노테크는 급증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이산화탄소 등 환경 오염 물질을 대폭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환경.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손욱 원장=삼성종합기술원의 경우 1999년 21세기를 겨냥해 2010년까지의 장기 계획을 세웠다.디지털.광.NT.BT.ET(에너지) 등 5개 기술 개발을 전략적 과제로 삼았다. 부문별로 성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특히 나노테크 분야는 선진국에 필적할 만하다. 최근 머리카락의 1만분의1 정도로 가는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해 동영상을 만들었으며, 현 반도체 기억용량보다 1천배 이상 많이 저장할 수 있는 탄소 나노튜브 반도체 소자도 개발했다.

▶이희국 원장=3T의 응용은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세 기술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융합하며 발전한다. NT와 IT의 접목은 기기의 무선화와 경량화를 촉진한다.손목에 찬 하나의 기기로 TV를 보고 전화도 거는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이는 NT와 IT의 융합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사회=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김영환 장관=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3T 기술력은 크게 향상됐다. 미국이 개발한 것보다 2백50분의1 정도 가는 나노 은(銀)선을 개발했고, 나노검침 현미경도 개발 중이다.바이오 분야에서는 체세포 복제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려면 어느 것을 손대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뺄셈의 법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 신기술을 기존 산업에 접목하는 것을 국가 전략의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이사장=동감이다. 기술발전에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첨단 기술을 확보할 순 없다.

▶정규석 사장=신기술 개발은 제품 개발과 접목해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우리나라가 IT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응용분야일 뿐 핵심부품이나 원천기술은 그렇지 않다. IT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만 봐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IT의 붐 속에 핵심기술쪽에 나있는 구멍이 감춰진 꼴이다.

▶이사장=문제는 특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내놓은 특허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특허는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그 권리가 없어진다. 이 때를 대비해 차세대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에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회=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장관=핵심 소재나 원천 기술이 부족한 것은 궁극적으로 전문 인력 부족 탓이다. 이제 교육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 또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지에 관해 정부와 기업.대학의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사장=3T를 비롯한 첨단 기술인력을 40만명 양성한다는 정부의 계획은 시의적절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학과간,학부간 벽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공학 전공자가 전자공학이나 화학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손원장=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겪으면서 기술이야말로 경쟁력임을 깨달았다. 사실 10년 전에 기술혁신을 했어야 했다. 이제 인재양성에서부터 영재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혁신해야 한다. 공과대학의 경우 국제적인 엔지니어링 인증제도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엔지니어를 키우는 것도 교육 혁신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민소장=석사학위 연구원들의 박사학위 취득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건의하고 싶다. SK연구소의 경우 대체로 박사와 석사의 비율이 1대3 정도다. 그런데 박사학위 소지 여부와 연구 성과는 실질적으로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석사급 연구원들은 박사 학위를 갖고 싶어한다. 그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진로를 바꾸기까지 하고 그로 인한 연구전문 인력의 손실이 발생한다. 한편 대덕연구단지에서는 과기원의 산학프로그램을 통한 석사급 연구원들의 박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이런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원장=그렇다.한창 일해야 할 석사출신 연구원들이 단지 학위를 받기 위해 회사를 떠나 공백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원들이 근무하면서도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장관=개항기의 선택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했던 것처럼 앞으로 신기술은 국가의 흥망과 직결된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사오고, 복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산업이 발전했지만 앞으로는 그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선진국들이 우리나라를 경계해 더 이상 기술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3T를 육성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김장관.이사장.이원장=인재를 키워야 하며 주도 기술을 잘 잡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기존 산업과 신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규제는 풀고, 학교.연구소.기업간 교류는 확대해야 한다.

사회.정리=박방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 참석자가 뽑은 10대 과제

1.인력 양성(2005년까지 IT 27만명, BT 1만명,NT 5천명)

2.국가적으로 집중 개발할 기술 조기 선정

3.기존 산업에 신기술 접목 전략 수립

4.연구.개발 사업 평가 강화

5.대학 전공.연구소간 담 허물기

6.정부 연구비 중 16%인 기초과학 투자비율 20%대로 상향 조정

7.과학자 연금.명예의 전당 설치

8.과학영재 집중 육성

9.이공계 대학 국제 수준의 인증제 도입

10.연구원 1인당 연간 한 건 이상 특허 출원

*** 정부의 3T 육성계획

정부는 앞으로 5년간 IT.BT.NT 등 이른바 3T에 5조4천억원을 투자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3T가 차세대 하이테크를 주도할 분야라는 인식에서다.

◇ 정보통신기술=IT산업의 부가가치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8.1%였으나 지난해에는 12.9%로 급성장할 정도로 산업 발전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까지 지금보다 1천배 이상 빠른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고, 정보통신부문에서 1천억달러 수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광통신.디지털방송.반도체.무선통신.소프트웨어.컴퓨터 분야의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 생명공학=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미 DRI가 조사한 산업별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생명공학은 연 22.1%로 반도체 9.4%, 신소재 6.9% 등보다 훨씬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까지 선진7개국(G7)수준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끌어올려 점점 커지는 생명공학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 나노테크=10억분의 1m의 극미세 세계를 연구하는 것으로 정보통신.생명공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단계로 올해에서야 나노기술 종합발전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10년간 약 1조5천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 목표다. 현재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5~25%.특허와 논문 발표수도 극히 저조하다.

이에 따라 우선 현재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활용해 지금보다 1천배 이상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등 가능성 있는 분야의 기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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