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아산 제일 미곡처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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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법원이 소송에 얽힌 미곡처리장을 압류하면서 수매대금을 치르지 않은 8억원상당의 벼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2백80여 농가의 농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집행관들은 지난달 29일 충남 아산시 장존동 제일 미곡처리장 시설물 및 농민들이 맡겨 놓은 벼에 압류장이 붙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농민들은 집행관 사무실로 찾아가 "보관증을 받고 맡긴 벼로 미곡처리장 소유가 아니다"며 압류 해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집행관 사무실측은 "수매한 벼는 미곡처리장에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구입한 일종의 외상물품으로 판단해 압류했다"며 압류를 풀려면 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민들 벼가 압류된 것은 미곡처리장 전(前)소유주가 미곡처리장내 계근기등 주요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법원의 가압류 결정을 받아낸 데 따른 것.

압류된 벼는 온주동.권곡동.배방면.송악면 등 2백80여 농민이 일년 내내 땀흘려 수확한 것으로 모두 5백80t 약8억원 상당에 이른다.

농민 유명근(45.아산시 온주동)씨는 "벼를 도정해서 팔아야 쌀값을 받을 수 있으나 압류장이 붙어있는 상태라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대학가는 아들의 등록금 등 급히 돈 쓸 곳이 많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집행관이 압류 대상을 꼼꼼히 살피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농민들이 받을 대금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른다. 올해 수확한 벼 전부를 미곡처리장에 맡긴 李모(55)씨는 "2천5백여만원 상당의 벼가 한달넘게 도정되지 못하고 압류된 채 쌓여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며 "코앞에 닥친 농기계 대금 상환 등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미곡처리장측은 "압류 집행때 집행관에게 창고에 쌓인 벼는 대금지불이 안된 상태로 농민들 소유라고 분명히 밝혔으나 압류장이 붙여졌다"고 말했다.

한편 농민들이 이의소송을 내더라도 벼가 미곡처리장 소유가 아님을 밝히기 위한 재판을 거쳐야하므로 압류 해제에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아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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