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주변 중국동포들 '고마운 직불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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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속 옌볜'으로 불리는 서울 구로공단 주변 중국 동포 밀집지역에서 직불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 대림역지점이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직불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현재까지 1천3백명의 중국 동포들이 가입했다.

직불카드는 통장을 일단 개설한 뒤 잔액 한도에서 현금카드처럼 손쉽게 돈을 인출할 수 있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는 신용카드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제까지 중국 동포들은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은행 거래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타인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편법으로 송금하거나 현금을 그냥 휴대하고 다녀 분실.도난 사례가 잦았다.

중국 동포 대상 직불카드 아이디어를 낸 대림역 지점 허만국(許萬國.40)과장은 "중국 동포 대부분이 비자 기간(15~30일)을 넘긴 불법 체류자 신분이지만 여권 만료기간(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장을 개설하려면 여권.도장과 반명함판 사진이 필요하다.

외환은행 직불카드에는 협찬사인 동북아신문(서울조선족교회 발행)글자와 통장 개설자의 사진이 표시돼 있어 카드를 분실해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도록 돼있다.

許과장은 "직불카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8월 중앙일보가 보도한 '현장 리포트 서울 속 옌볜-중국동포 타운 시리즈'기사가 많이 도움이 됐다"며 "은행 청원경찰만 보아도 주눅드는 중국 동포들 사이에 직불카드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방에서 일하는 동포들까지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조선족교회 최황규(崔晃奎.38)목사는 "본점을 설득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준 외환은행 許과장을 중국 동포들은 그들 나름의 사회주의식 표현을 빌려 '영웅'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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