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히트] 천진난만+슬픔 '해리포터의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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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런던 태생의 열두살짜리 꼬마가 전세계 영화팬들을 마법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해리 포터역을 맡은 대니얼 래드클리프다. 2년 전 수천명이 경쟁한 오디션을 뚫고 해리 포터 역에 낙점되는 순간 아버지에게 "이게 꿈이에요, 생시예요?"라고 외치며 환호했던 꼬마가 지금은 지구촌 스크린을 점령한 특급 스타로 성장했다.

지난 14일 국내에서 개봉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20일 현재 서울 50만명, 전국 1백13만명의 관객을 기록하는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니얼의 가장 큰 무기는 귀여운 얼굴이다. 동그란 안경을 걸친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여기에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의 상실감 비슷한 것도 겹쳐진다. 영화 제작진이 캐스팅 과정에서 특히 유의한 것도 이같은 이중성이었다. 순수와 슬픔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아역 배우를 찾는 데 에너지를 집중했다.

사실 '해리 포터'는 대니얼에게 첫 영화가 아니다. 올해 존 부어맨 감독이 연출한 코믹 스릴러 '파나마의 재단사'에서 제이미 커티스와 제프리 러시의 아들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쳤다. 1999년 영국 BBC방송이 제작했던 찰스 디킨스 원작의 TV드라마 '데이비드 코퍼필드'에도 타이틀 롤로 출연했다.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대니얼의 운명을 바꿔놓은 작품. 수많은 후보자를 만나고도 배역을 결정하지 못했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우연히 '데이비드 코퍼필드' 비디오 표지에 있는 대니얼의 얼굴을 보고 "바로 얘야, 얘가 해리 포터야"라고 환호성을 질렀다는 것. 그리고 혹시라도 초대형 영화에 나와 아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해 영화사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던 대니얼의 부모를 설득하는 데 진땀을 뺐다고 한다.

영국 소년을 기용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원작자 조앤 롤링도 "마치 오래 전에 잃었던 아들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만족해했다. 조앤 롤링과 대니얼은 공교롭게도 똑같이 7월 31일 생이다.

하지만 대니얼의 인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매년 한 편씩 6년간 만들어질 속편에서도 주연을 예약했기 때문. 내년 11월 개봉할 2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방'은 이미 촬영에 들어갔다.

때문에 영화팬들은 나이가 들면서 대니얼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궁금해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대니얼 자신도 계속 해리 포터를 연기하고 싶지만 키가 너무 커지거나 볼품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빠져 있다고 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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