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종해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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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김종해(1941~)'눈'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함을 나타내는 행동은 포옹이 아니라 업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나 큰누나의 등에 업혀서 자랐다. 그래서 행복했다. 커서는 날로 가벼워지는 노모를 업어드리고 싶어한다. 서양 사람들은 아이를 업지 않고 안는다.

아이를 포대기에 싸서 두 다리를 벌리게 하여 업어 키우는 것은 극동지역 특유의 미풍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도 아이를 업어 키우지 않게 되었다. 그때 이후 노모는 더 외로워졌고 아이들은 다리가 늘씬해졌지만 대신 가볍던 눈이 '무겁게' 내리기 시작했다.

김화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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