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릴레이' 참여한 학생 · 선생님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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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흠, 흠, 이거 자화자찬 하려니까 쑥스럽구만….*^^*8월 18일부터 일간지 북섹션 중엔 유일하게 청소년들을 위해 격주로 마련한 '틴틴 책세상'면 말예요, 우리 중.고생 독자들의 호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생각 못했거든요.

'1318세대를 위한 해방구'라는 문패가 적중했나?친구나 선후배에게 직접 책을 추천하도록 한 '강추! 릴레이'코너에 전국 중.고생들과 선생님들의 문의가 쏟아지더라고요. 요즘 청소년들이 TV나 컴퓨터 때문에 책을 멀리한다고요?청소년용 책들은 만들어봐야 팔리지 않을 거라고요?천만의 말씀.

자, 여기 '강추!릴레이'코너를 빛내주었던 정읍 서영여고의 이형미 선생님, 서울 세화여중의 김상백 선생님과 고형승(3학년) 학생, 서울 중앙여고의 송유진(2학년) 학생, 그리고 일반독자였던 서울 숭문고의 김민섭(3학년) 학생이 모여 나눈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사회=서영여고 학생들이 기말고사 때문에 못와서 아쉽네요. 어쨌건 '강추! 릴레이'엔 선생님이 먼저 참가신청을 하셨던 거죠?

▶이형미=아이들한테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았죠. 도서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원고를 공모했는데 당장 12명이 글을 올려놓더라고요.

또 글이 실린 후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받은 도서상품권 30장은 다른 선생님들한테 강매(*_^)해서 그 돈으로 도서부 아이들과 목포까지 문학기행을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기차도 타고 배도 타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죠.

▶김상백=무엇보다 이 코너는 책의 추천권을 아이들 자신의 손에 쥐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행복한 책읽기'팀의 전략이었죠.

▶김민섭=여기저기서 추천도서 목록을 내놓긴 하지만 사실 어른들 시각이 너무 강해서 딱딱하거나 상투적인 책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강추!릴레이'는 또래 친구들이 직접 읽어보고 감동을 받은 책들이라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사회=참, 김민섭 학생은 벌써 대입을 치렀다고 했죠?

▶김민섭=1학기 때 연세대 원주캠퍼스 수시모집에 합격해서 2학기엔 대학 수업을 미리 받았어요. 그런데 대학 공부를 해보니까 소설 같은 문학작품 읽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두툼한 리포트용 전공책들 읽기도 벅차요.

게다가 왜,황순원의 '소나기' 마지막 장면 같은 거 말예요. 중학교 땐 읽으면서 가슴이 짜안했었는데 지금은 다시 읽어도 그런 감동이 안 와요. 여기 후배들이 있으니까 말인데, 문학작품은 중.고등학교 때 읽어두세요.

▶송유진=그게 쉽지가 않아요. 전 원래 책을 많이 읽는 '범생'도 아니었지만 2학년 내내 '밴드부' 활동에다 남자친구까지 사귀다보니 시간이 더 없더라고요.

교과서에 나오는 단편소설들 말고는 책 읽기가 부담스러워요.

▶고형승=중3도 힘들어요.이번에 제가 추천한 『한반도』만 해도 아이들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 그런 책 읽기엔)시간이 아깝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아빠가 사다놓으신 걸 중3 초에 읽은 거예요.

▶사회=그건 부모님이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시는지가 중요하다는 뜻도 되네요.

▶김민섭=제 경우에도 책을 수시로 사다주시던 아버지 덕분에 독서습관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땐 도서부 활동을 하며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고요.

▶송유진=저희 학교 도서관엔 만화책.팬터지소설까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엔 만화책을 보러 도서관에 들락거리다가 독서에 취미를 붙인 친구들도 있거든요.

▶김상백=학교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가는 교장선생님의 의지에 달려있어요. 요즘엔 교육청에 신청만 하면 도서관 예산은 잘 지원해주거든요. 이제 '좋은 학교'의 기준이 어떤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보냈느냐가 아니라 도서관 등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느냐로 바뀌어야 할 텐데….

▶이형미=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할 게 아니라 먼저 책을 접할 기회를 많이 줘야 돼요. 그런 점에서 신문 북섹션에 이렇게 청소년면을 따로 만든 건 좋은 시도죠.

▶사회=이제 입시를 위해서도 독서를 더욱 중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민섭=저희 학교 도서부의 경우 도서관 청소에서부터 대출관리까지 직접 하다보니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 같지만 진학 성적이 제일 좋아요.

글쓰는 데 자신이 있으니까 다른 애들은 논술.면접을 보는 학교를 기피하는데 오히려 그런 학교를 골라 원서를 내기도 하고요.

▶송유진=학교에서 독서시간도 따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고형승=기말고사 끝나고 난 다음의 어정쩡한 수업시간도 독서시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김상백=선생님들 역시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데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요.약간의 강제성도 동원하고, 동기를 부여해주면 금세 따라오거든요.

▶이형미=제 경우엔 도서관에 들여놓을 책을 도서부 아이들이 서점에 가서 직접 골라 오도록 시키거나 문학기행.문학캠프 같은 것을 통해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죠.

▶사회='틴틴 책세상'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사회.정리=김정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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