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폭동 이모저모] 대통령에 돌·계란 세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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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제위기의 후유증이 폭동사태로 이어지면서 아르헨티나 전역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정부는 진화에 부심하고 있지만 일자리와 빵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국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 대변인은 20일 이번 소요로 숨진 9명 중 8명이 약탈행위나 경찰과의 교전 중 사살됐다고 밝혔다.2백여명의 부상자 중에는 경찰도 76명이 포함됐다.이와 함께 5백51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폭력행위를 막기 위해 비상사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광범위한 정치화합을 이뤄 사회.경제적 위기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외와 북부 앙트레 리오 지방 등에선 19일 수백명의 군중들이 상점 유리창을 부수고 TV.식량.의류 등을 훔쳐갔다. 일부 흥분한 군중은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AFP 통신은 이날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1백여곳의 슈퍼마켓이 털렸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제2의 도시인 중부 코르도바의 시청 직원들은 공무원 임금 삭감조치에 항의, 청사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하는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각목.뇌관폭탄 등으로 무장한 이들과 세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고무탄을 발사, 가까스로 해산시켰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라플라타에서는 공무원 수천명이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평화적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 폭력사태로 번졌고 공무원 20여명이 고무탄을 맞아 부상했다.

○…성탄절용 상품이 수북이 쌓인 상점.슈퍼마켓 등을 지키던 경찰은 주변에 몰려든 군중에게 비상식량을 나눠주는 등 약탈방지에 안간힘을 썼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외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식량을 타간 소니아 아리스티시는 "약탈이 나쁜 건 알지만 우리는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데 라 루아 대통령은 민심 수습차원에서 7백만달러(약 91억원)가량의 예산을 긴급 편성, 식량을 배급하겠다고 밝혔다.

○…데 라 루아 대통령은 19일 오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각료들과 비상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계란과 돌을 던지며 항의하는 시위대와 부닥쳤으나 무사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 그는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자제를 호소하고, "하지만 난동세력은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천명의 시민은 연설 직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 모여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비상사태 선포 등에 항의했다.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은 19일 폭동에도 불구하고 페소화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대폭 상승하는 이변을 보였다. 주가는 폐장 수시간 전 급등, 메르발 지수는 7.6% 오른 272.76을 기록했고 제너럴 지수는 5.7% 상승한 12,425.07로 마감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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