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협상대상 받은 두산 박용만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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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구조조정의 핵심은 인력감축이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사고 경쟁력이 없는 것은 제때 파는 협상의 과정이 곧 구조조정입니다."

㈜두산의 전략기획본부.관리본부를 총괄하는 박용만 사장의 '구조조정론'이다. 실제로 두산이 최근 수년간 변신을 계속하면서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 사례로 인정받는 데는 朴사장의 치밀한 협상능력이 뒷받침됐다.

두산은 1997년 말 알짜 사업인 코카콜라 사업부문을 넘긴 것을 시작으로 OB맥주.양주사업.전분당 사업을 차례로 외국 기업에 팔아 총 1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해 기업의 내용을 완전히 뒤바꿨다. 이 과정에서 朴사장은 15차례의 크고 작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朴사장은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13일 한국협상학회가 주는 2001년 협상대상을 받았다.

朴사장은 "협상은 기술이지 승부가 아니다"고 말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협상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랜 협상을 통해 그가 배운 것은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은 외형이 아니라 가치라는 사실. 뛰어난 브랜드, 훌륭한 인재,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 강한 유통망 등 미래의 기업실적을 보장해주는 가치가 중요하지 부동산이나 빚으로 쌓은 자산은 의미가 없다는 것.

朴사장은 "외국 투자자들은 기업 가치가 같다면 자산이 적은 쪽을 훨씬 선호한다"며 "부동산 등의 자산을 내걸고 협상하면 대부분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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