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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보조금 감사는 당연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고 보조금을 둘러싼 각 정당의 최근 행태는 해괴하기 짝이 없다. 또 이와 관련한 각 국가 기관의 태도마저 석연치 않아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국민적 요구는 이래저래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감사원은 최근 각 정당의 국고 보조금 사용 실태에 대한 첫 감사에 나섰으나 정당과 거래 업소의 조직적 거부와 비협조로 현장감사를 사실상 포기하고 자료감사로 대신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돌연 감사원의 중앙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을 배제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해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감사에 대한 보복 입법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법이 직무감찰 대상 범위에 국회.법원.헌법재판소를 제외한 취지를 미뤄본다면, 헌법기관으로서 중앙선관위를 제외시키는 것은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를 회피하고,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 법 개정을 들고 나온 것은 속 들여다 보이는 처사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등 나름의 이유가 있으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풀어야지 이런 윽박지르기 식의 처리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국민의 혈세가 정당에 지출된 만큼 회계검사는 당연하다. 올해에만도 2백67억원을 지원받고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감사를 회피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

선관위는 올 7월 실시한 20년 만의 국고 보조금 사용 실태 감사에서 여야 각 당이 보조금을 제멋대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허위보고와 영수증 조작을 서슴지 않은 만큼 오히려 감사는 강화돼야 한다. 그럼에도 감사원의 업무 간여를 꺼려 정당을 두둔하는 듯한 선관위나, 반발에 부닥쳐 감사를 그친 감사원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하다.

마침 서울행정법원은 선관위의 '정당의 수입.지출 내역 공개'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국고 보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판시했다. 각 정당들은 감사 회피를 위한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보조금의 엄격한 사용과 용처에 대한 증빙자료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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