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02내년부터 기내 온라인 서비스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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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004년 12월 24일 뉴욕발 서울행 비행기.

사업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미래(45)씨는 가족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지 못한 것을 알고는 좌석에 설치된 단말기로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한다.

아내에게 줄 목도리와 딸이 좋아하는 '테디베어'인형을 골라 '빠른 배달'을 신청하고 사이버머니로 결제한다.

가상으로 꾸며 본 상황이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비행기 안에서 손쉽게 인터넷을 쓰는 '에어 인터넷'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항공기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텐징은 캐세이퍼시픽.싱가포르항공.버진애틀랜타항공.에어캐나다 등과 계약, 2002년까지 1백50대의 항공기에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키로 했다.

하루 이용요금이 4.95달러로 책정돼 있지만, 서비스 이용시간만큼 요금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의 권욱민 차장은 "9.11테러 여파로 주요 항공사의 기내 인터넷 투자가 주춤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승객의 수요가 많아 1~2년 내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격화되는 에어 인터넷 경쟁=기내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는 3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잉사에서 분리된 커넥션, 에어버스가 주주로 있는 텐징, 루퍼트 머독의 뉴인터내셔널 등이다.

커넥션은 광대역 통신장비를 개발하고 상용화시켜 내년 중 기내 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텐징은 기내에 설치된 서버가 일정한 시간마다 업데이트돼 지상 서버에서 전송하는 e-메일이나 인터넷을 기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으나 최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고 판단,위성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를 따로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지난해 11월 텐징의 초기 인터넷 장비를 이용해 e-메일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으나, 텐징이 이 서비스의 개발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e-메일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싱가포르항공 관계자는 "기내 인터넷 사용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어 e-메일 서비스를 시작했었다"면서 "위성 인터넷 기술이 정착되는 대로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업체들도 투자 채비=외국 메이저 항공사보다 서비스 시기가 1~2년 정도 늦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 인터넷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석에 개인용 비디오와 위성전화를 단 항공기를 선보였다. B747-400 점보기 2대에 위성전화와 개인용비디오를 장착하는 데 든 비용은 66억원. 한 좌석당 투자 비용이 1천1백만원이나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위성전화 시스템이 장착된 항공기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고 해도 대당 20만~30만달러가 추가로 들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기술 개발 추이와 투자비용 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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