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陳게이트 책임질 사람 책임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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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은 16일 '진승현 게이트'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음모설과 암투설을 스스로 공개 거론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의혹의 당사자 가운데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고, 또 누군가는 밖에서 장난을 치는 것 같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자기 보호를 위한 거짓말과 장난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李대변인은 "밖에서 장난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 사람은 빨리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이 '진승현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보관 중이라는 보도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李대변인은 "검찰 사건수사에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문자 그대로 성역 없이 수사해 모든 의혹을 말끔하게, 그리고 빨리 규명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이같은 방향 설정에 대해 "나름대로의 정면돌파 방법"이라고 말했다. 더이상 여권이 질질 끌려다닐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수사를 통해 자를 것은 자른 뒤 내부 기강을 확실히 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누가 진승현씨의 로비를 받았느냐와는 별개로 여권의 갈등.암투설은 내부단합을 해치고 김대중 대통령의 장악력을 훼손하는 악성 루머"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 내부의 신건(辛建)원장과 김은성 전 차장의 불화설, 검찰의 신승남(愼承男)총장과 신광옥(辛光玉)전 법무차관의 경쟁설은 물론, 국정원과 검찰의 힘 겨루기설, 동교동 내부 다툼설 등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연초에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이같은 방향 설정에는 최근 당 발전특위를 중심으로 3월 전당대회와 전국 순회 방식의 국민참여 경선 등을 제안하며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려고 하는 국면에서 내부 암투설 등으로 전열이 흔들려선 곤란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희망대로 상황이 정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정원 관계자는 신건 원장과 김은성 전 차장의 관계에 대해 "아슬아슬할 정도의 대립이 여러 번 있었고 지금은 서로 더욱 감정이 상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수습이 쉽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권노갑(權魯甲)전 고문과 김홍일 의원이 감정의 앙금을 털어버렸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진승현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어떤 사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점도 여권 내부단속 작업의 중요한 변수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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