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석고 "봉사활동 후 비행 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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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8일 사회복지 시설인 애일의 집(광주시 광산구 덕림동)에서 정신지체아를 목욕시켜주던 광주 서석고 홍준호(17)군과 어머니 이경영(48)씨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자꾸 몸을 움츠리며 목욕하기를 거부하던 아이들이 등을 밀어주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가슴에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광주 서석고 무지개봉사단(대표 趙治衡교장)소속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40명은 이날 애일의 집에서 빨래 ·청소 등을 하면서 더불어 사는 기쁨을 느꼈다.

학생부장인 박희성(46)교사는 “봉사단 활동을 시작한 뒤 이른바 비행 청소년 걱정이 사라졌다”며 “올들어 자퇴생이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8년 1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오던 朴교사 등은 외환위기 여파로 사회복지 시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무지개 봉사단을 결성했다.

처음에는 간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3∼4명 만이 참여했으나 차츰 호응이 높아졌다.학생들 스스로 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고 후원회 활동을 펴 나갔다.

쌍촌종합사회복지관·엠마우스복지관 ·세실리아요양원 ·광주청소년자원봉사센터 등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 7곳이나 됐다.학생들이 용돈을 아껴 이들 시설에 3천4백90여만원을 전달했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살린 13개 동아리별 봉사회를 조직,분야별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조직한 사랑음자리표봉사회,학교주변 환경 정화를 맡고 나선 조약돌봉사회,정신지체아를 돌보는 한마음봉사회 등의 활동이 활발하다.어머니 1백여명도 학부모지도봉사회를 결성,독자적으로 활동한다.

학생 전원(9백60명)과 학부모 ·교사 1천여명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셈이다.회원1백명씩 순번제로 매주 토요일 불우이웃을 찾거나 나눔의 행사를 갖는다.

지난 5월에는 학생과 학부모 등 1백여명이 거동이 불편한 세실리아요양원 할머니들을 모시고 민속박물관으로 나들이를 하기도 했다.

이 학교 2년 오뚜기(17)군은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들의 말벗이 돼 드리고 가정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학습지도를 해주면 내 생활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이같은 활동을 벌여온 무지개봉사단은 중앙일보가 주최한 2001년 전국자원봉사 대축제에서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돼 21일 상까지 받는다.

학생부장 朴교사는 지난달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학생 ·교사 ·학부모 36명도 봉사활동과 관련해 올해 각종 상을 수상했다.

이 학교 趙교장은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 모습이 한결 밝아지고 학습분위기도 좋아졌다”며 “자원봉사가 우리학교의 새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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