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서 작은 영화제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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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연말 극장가가 뜨겁다. '화산고'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그리고 '두사부일체'의 관객 쟁탈전이 매섭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복합상영관을 찾아도 이 세 편 이외의 영화를 만나기란 매우 힘겹다. 영화 관람의 편식 현상 때문이다.

한해가 저무는 요즘, 보다 균형 잡힌 '영화 식단'을 원한다면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하이퍼텍 나다(02-766-3390)를 추천한다.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2001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란 작은 영화제를 연다.

이번 행사에선 올 한해 극장가를 수놓았던 품격 있는 영화 11편이 상영된다.

예컨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리덕스'를 볼 수 있다. 올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코폴라 감독이 원작을 22년 만에 손질해 내놓았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인간의 선과 악을 파고든 명작이다.

올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됐던 한.일 합작영화 '고(GO)'(유키사다 이사오 감독)도 매력적이다. 재일교포 3세의 정체성 찾기란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소화해내는 구성력이 돋보인다.

지난해 전세계 영화제에 단골로 초청됐던 멕시코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도 놓치기 아깝다. 한때 혁명의 열기로 들끓었으나 지금은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휘청대는 멕시코의 어제와 오늘을 뮤직 비디오 같은 속도감으로 낚아챈다.

중국 영화의 현주소를 알려면 '북경 자전거'(왕샤오솨이)와 '귀신이 온다'(장원)가 적당하다. 각각 올 베를린영화제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비드 린치), '갓 앤 몬스터'(빌 콘돈), '폴락'(에드 해리스)등이 상영된다. 한국영화론 '라이방'(장현수), '나비'(문승욱), '꽃섬'(송일곤)이 준비됐다. 관람료 편당 5천원.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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