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벤처다] 中. 선진국 벤처 생태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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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나 영국 사이언스파크는 벤처들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두루 갖춘 곳이다. 이곳에선 창업.연구개발.인수합병(M&A)이 활발히 벌어진다. 실리콘 밸리는 스탠퍼드대 출신 엔니지어들의 실험실 창업을 시작으로 조성된 산학협력의 메카다. 방위산업과 전자공학 분야의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80년대 정보기술(IT)로 꽃을 피웠다. 인텔.HP 등 IT 분야 세계 100대 기업 중 20여개사의 본사가 이곳에 있다. 벤처 캐피털은 여기서 쏟아지는 신기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기업은 백화점 쇼핑하듯 필요한 기술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교수나 엔지니어가 창업을 해도 '학문.연구보다 돈벌이에만 관심 있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는다.

영국 사이언스파크는 케임브리지대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은 미국 다음으로 활발하게 벤처 생태계를 일궜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이끄는 점이 특징이다. 핀란드의 '울루 테크노파크'는 이 나라의 간판기업 노키아가 산파역을 맡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대학이 밀접하게 얽혀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북쪽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 역시 이 나라의 세계적 기업인 에릭슨이 앞장서 만든 벤처단지다. 자연계와 달리 벤처생태계는 인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선진국 경우를 보면 직접 자금지원은 거의 찾기 힘들다. 밑거름 역할을 하는 우회지원이 주류다. 미국은 82년 직접 금융지원을 폐지했다. 대신 중소기업 창업 인가절차를 간소화하고 보증지원을 강화했다. 가령 중소기업투자공사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엔 자본금의 3배까지 보증을 서준다. 독일은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인력의 인건비 일부를 지원한다. 일본의 대기업은 협력업체와 대등한 관계를 맺으려는 상생 의식이 다른 나라보다 강한 편이다. 대기업이 될성부른 협력업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자본과 기술을 공유하기도 한다.

산업자원부의 정인화 전문위원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동등한 파트너로 여길 경우 연구개발과 창업이 보다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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