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아침밥 안 거르는 김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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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가수 데뷔 10년차 김종국에게는 변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1인치도 늘지 않은 탄탄한 허리 치수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밥 꼭꼭 챙겨먹는 건강한 습관이 그것.

아침밥 먹는 것이 뭐 대수랴 생각하겠지만 가수에게는 꼬박 밤새우는 것보다 더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잠 많을 것 같은 터프가이 김종국이 아침상 받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군인이신 아버지와 헌신적인 어머니 때문이란다.

"제가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와 쓰러져 자고 있어도 시간만 되면 대접에 밥을 비벼서라도 떠먹여 주세요. 자면서도 먹어야 하죠. 저희 집 유일한 철칙! 아침밥 먹자와 외박금지. 아마 100년이 지나도 안 바뀔걸요?"

아침마다 '위대한 밥상'을 받는 그에게 '위대한 수상'도 있었다는데. "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해 부모님 속 많이 썩였죠. 그래도 저는 가출은 해도 학교는 갔어요. 그래서 학창시절 12년 개근상을 탔죠. 결석은 고사하고 조퇴도 한 번 안 해봤는데 졸업식날 상 받으니까 오히려 친구들이 더 놀래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바른생활 청년 김종국에겐, 자로 잰 듯 반듯한 두 살 터울 형이 있었다. 현재 성형외과 의사인 형은 10년 전 그가 가수를 한다고 했을 때 엄하신 아버지보다 더 무섭게 반대할 만큼 고지식하고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다.

"어릴 적엔 우등생 형 때문에 많이 혼났죠. 거실에서 TV를 보면 형 공부에 방해된다고 혼나고, 맛있는 음식 먹을 땐 형보다 많이 먹는다고 혼나고. 그때는 정말 공부 잘하는 형만 편애하는 어머니 때문에 속상하고, 섭섭하고…."

이쯤 되면 삐딱할 만도 한데, 근육질 청년 김종국은 아들 형제만 두신 어머니에게는 열 딸 안 부러운 애교 많은 옥동자란다. 상상은 잘 안 되지만 여기서 그의 변(辯)을 한번 들어보자.

"남들은 애인이랑 영화 보는데, 저는 거의 어머니랑 가요. 얼마 전에도 '우리 형' 봤거든요. 어찌나 우리 형제 얘기 같던지. 구박받는 원빈이 딱 저라니까요."

그 굵직한 손가락으로 가족들과 여행가는 즐거움을 최고로 꼽는 다정다감한 남자, 김종국. 10년 뒤에도 그의 허리 치수는 안변할 것 같지만, 아침 밥상 차려주는 사람만큼은 변하지 않을까.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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