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임성택씨, 노인들에 무료 점심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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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점심시간인 12일 오후 12시 20분,부천시 원미구 송내역 바로 앞 음식점 ‘돈(豚)아 이리와 우리랑 놀자’.

특이한 이름의 삼겹살집인 이곳엔 일반 손님이 아니라 60∼70대 노인 40여명이 12평 남짓한 음식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로 손수레를 끌며 고물을 수집하다가 점심때만 되면 매일 이곳을 찾는 할아버지,이마에 굵게 파인 주름을 감추듯 두툼한 코트로 온몸을 감싸고 온 할머니 등...

“쌀밥도 좋고 반찬도 그만이냐,내 입에 꼭 맞지…,하나 하나에 정성이 담겨 있잖아.”

6개월째 단골손님(?)이라는 김순직(73)할아버지는 “무엇하나 도와줄 수 없는 처지지만 여기에 오는 노인들 모두가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노인들에게 매일 구수한 청국장과 따뜻한 밥을 무료로 내놓고 있는 사람은 식당 주인 임성택(林成澤 ·35)씨.

林씨는 매일 점심시간(12시 ∼ 오후 2시)엔 일반 손님을 받지않고 찾아오는 불우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그는 노인들이 식사를 다 마친 뒤에야 손님을 받는다.

평소 길을 가다가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林씨가 무료 점심식당 운영에 나선 것은 지난 1999년부터.

이전에도 한달에 한번꼴로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무료급식소 ‘사랑의 집’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다.

명절을 제외하고 연중무휴인 무료 점심식당 운영비는 한달 평균 3 ∼ 4백만원 정도.林씨는 삼겹살집 바로 앞에 있는 해장국집까지 식당 2곳을 운영해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는 “사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 식당운영이 다소 벅차네요. 그렇지만 매일 찾아오던 분이 어느날 갑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무슨일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마음에 걱정부터 앞서요”라며 “힘들지만 노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무료 식당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당의 궂은일은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林씨와 뜻을 같이한 자원봉사자 20여명이 매주 2∼3명씩 번갈아가며 식당 일을 거들고 있다.

무료 식당외에도 불우학생 3명에게 매월 10만원씩의 학비를 보태주고 있는 그는 이번 연말엔 노인들에게 털장갑과 양말을 나눠줄 계획이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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