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가족들 어떻게 지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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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운데)가 20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찾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노 전 대통령의 박석묘역 앞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맨 왼쪽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해=연합뉴스]

지난해 9월 권양숙 여사는 직함을 하나 얻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이하 봉하재단)의 이사장이다. 이 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과 생가 등 봉하마을의 주변 경관을 가꾸는 일을 맡고 있다. 봉하마을은 권 여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16일, 권 여사는 이사장 자격으로 ‘대통령의 길(봉하 생태 산책길)’ 개장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산책 삼아 거닐던 곳에 안내표지를 달아 추모객이 따라 걸을 수 있게 만든 길이다. 봉하재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경수 전 비서관은 “권 여사가 한 달 가까이 길을 직접 돌면서 개장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개장식은 노 전 대통령의 49재 이후 권 여사가 오랜만에 참여한 공식 행사다.

노 전 대통령의 남은 가족 중 봉하마을에 머무르는 이는 권 여사가 유일하다. 사저에서 모친과 함께 지내고 있다. 다만 서울에 사는 딸 정연씨가 자주 들러 권 여사의 적적함을 달래곤 한다. 친노 인사들도 명절마다 인사를 온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서거 이후 건강이 안 좋으셨는데 많이 회복하셨다”며 “그 와중에 찾아뵈면 손을 붙들며 우리 걱정을 하시더라. 어른들 심정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4월 한명숙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봉하를 찾았을 때, 권 여사는 눈물을 쏟았다. 권 여사는 당시 한 전 총리에게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도와줄 길도 없고 마음만 졸이면서 지켜봤다. 이런 일은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지난해 9월 LG전자에 복직,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1주기를 치르기 위해 21일 귀국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수감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월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뒤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봉하마을과 가까운 마산교도소로 옮겼다. 지병 탓에 건강이 악화된 그는 면회 오는 가족들에게 추도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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