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빈자리, 식당 메뉴 … 대학생활 도우미 스마트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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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는 점심 시간을 맞아 학생들로 붐볐다. 강의를 듣고 공대 강의실을 나오던 이강원(20·컴퓨터공학과 1)씨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씨는 ‘스마트 HYU(한양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버튼을 눌러 학교 식당 메뉴를 검색했다. 돈가스·갈비탕 등 교내 10개 식당에서 이날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한눈에 들어왔다. 돈가스로 메뉴를 정한 이씨가 ‘캠퍼스 안내’ 항목을 선택했다. 그러자 스마트폰 모니터에 자신의 위치와 캠퍼스 지도가 떴다. 이씨는 공대에서 멀리 떨어진 학생회관 식당까지 지도를 보며 걸어갔다. 스마트폰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내장된 덕분이다. 이씨는 “1학년이라 캠퍼스 지리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캠퍼스 안내를 종종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점심 식사를 마친 그는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도서관의 빈 좌석을 검색했다. 다른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도서관 빈 좌석을 찾거나 학교 자유게시판을 검색했다. 이씨는 “학교에 중앙·법대·공대 3개의 도서관이 서로 떨어져 있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어느 도서관에 빈자리가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캠퍼스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식당 메뉴도, 도서관 빈자리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찾는다. 중요한 공지사항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매일 학과나 대학 게시판 앞을 서성거리는 학생들도 드물다.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앉은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활용하는 ‘스마트 HYU’ 프로그램은 올해 3월 이 학교 안병직(26·융합전자공학부 4)씨 등 3명이 개발한 것이다.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학교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바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26일 처음으로 선보인 ‘스마트 HYU’는 이달 중순까지 총 3500여 명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용하고 있다. 안씨는 “졸업 연구 과제로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공부했는데 학생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게 됐다”며 “앞으로 도서 검색 및 강의 정보 제공 등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 몰아닥친 스마트폰 열풍으로 각 대학들은 자존심을 걸고 학교 애플리케이션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주대·숭실대·한양대가 학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애플 앱스토어에 공개하면서 이달까지 서울대·연세대 등 10개가 넘는 대학교가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안병직씨는 “개발을 진행 중인 다른 학교 학생들이 연락해 와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며 “MIT·스탠퍼드 등 미국 대학의 애플리케이션을 참고해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보다 한 발 앞선 미국 대학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수업 자료는 물론 교수 연락처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 HYU’ 개발을 지원한 한양대 김선우(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휴대전화도 없이 학교를 다니던 예전 대학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며 “스마트폰만으로 대부분의 학사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캠퍼스 환경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응용프로그램을 일컫는다. PC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에 비해 용량이 작은 편이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날씨·버스 노선·지리 등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나 게임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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