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무역진흥회 이사장 하타케야마 노보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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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격인 일본무역진흥회(JETRO)의 하타케야마 노보루(65)이사장은 냉철한 '차이나 워처'다.

중국의 맹렬한 성장에 입을 딱 벌리고 놀라는 일도 없고 일본의 제조업이 중국에 빨려들어간다고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또 중국경제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대신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분석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보면 놀라거나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달말 중국에서 주룽지(朱鎔基)총리를 만나 일본 중견.중소기업의 중국투자환경 조사단 파견을 제의하고 돌아온 그를 도쿄(東京)의 JETRO본부에서 만났다.

-도대체 중국경제의 실력을 어떻게 보는가. 일본언론들은 중국경제를 '승천하는 용'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강해졌는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단히 법석을 떨만큼 강하지는 않다. 한국과의 무역관계를 보자.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대중흑자를 기록해 왔다. 지난해엔 1백억달러가 넘었다. 정말 중국산업이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면 어떻게 한국이 흑자를 낼 수 있겠는가. 중국에 비해 임금이 5~6배나 높은 한국이 대중흑자를 내는 것을 보면 중국의 실력에 그리 놀랄 이유가 없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후 중국경제의 성장은 지금보다 더 탄력을 받게 되는가.

"장기적으로는 중국경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폐쇄시장을 WTO 회원국 수준으로 개방해야 한다. 자연히 수입이 늘고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1997~98년 4백억달러대에서 1999~2000년엔 3백억달러대로 감소했다. 올해는 1백70억달러로 더 줄어들 것이다. 이에 비해 무역외수지는 과거 3년간 연평균 1백70억달러의 적자다. 50억달러의 화교 송금을 빼면 경상수지는 자꾸 악화되는 추세다. 그런데도 중국경제의 미래를 온통 장밋빛으로만 보면 실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본 재계에는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쪽과 중국과 협력하자는 쪽이 나뉘어 있는듯하다. 어느 쪽이 주류인가.

"숫자만으로는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또 일본언론들도 그런 방향으로 많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실체를 들여다 보면 다르다. 단기적으로 위기 운운하며 소동 벌일 일이 아니다."

-투자가 온통 중국으로 몰리는 통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지역의 발전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은 아닌가.

"그것을 피하려면 아세안은 내년까지 동남아자유무역지대(AFTA)를 완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세안 내에서 역내 무역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는 자꾸 중국으로 향할 것이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의 중국 이전으로 산업공동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최첨단으로 가거나 서비스산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은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잘 되면 산업공동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일부 농산품을 둘러싼 중.일 무역마찰을 어떻게 보는가.

"일부에서는 그런 사소한 농산물 몇개로 충돌하느냐고도 하지만 오히려 사소한 것으로 부닥친 것이 다행이다. 중요한 품목으로 정면충돌했다면 더 큰 일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WTO의 룰을 어기고 잠정 세이프가드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본이 잠정 세이프가드를 철회한 뒤에도 중국이 보복조치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타케야마 이사장은 평소 중국경제의 도약이 긍정적 의미에서 일본에 자극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혼자 독주하면 해이해져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우므로 중국이란 경쟁자의 출현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경쟁자를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재삼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반영해서인지 JETRO의 '대중투자 주의점' 15개 항목 중 맨마지막은 "언론보도에 현혹되지 말라"로 돼있다.

◇하타케야마 이사장 약력

▶1936년 도쿄 출생

▶1959년 도쿄대 법대 졸업,통산성 입성

▶1980년 총리 비서관

▶1984년 자원에너지청 석유부장

▶1986년 통산성 무역국장

▶1988년 기초공업국장

▶1989년 통상정책국장

▶1991년 통상산업심의관

▶1993년 통산성 고문

▶1995년 JETRO 부이사장

▶1998년 JETRO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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