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분양 홍수…임대수익 '달콤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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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발에 차이는 게 오피스텔이다. 여윳돈을 노린 오피스텔이 매달 2천실이 넘을 정도로 많이 분양되고 있다. 올들어 서울.수도권에서만 3만5천실이 공급됐다.

지난해의 3배나 되는 것이다. 공급과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이런데도 돈 굴릴 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만 기웃거리고 있다. 옥석(玉石) 고르기가 필요한 때다.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많은 오피스텔이 공급되면 투자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보수적인 투자자세로 차별화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투자 수익률 보수적으로 잡아야=요즘 나오는 오피스텔 대부분이 고수익을 내세우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효과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투자비 대비 연간 18% 이상을 제시하며 심할 경우 연 22%선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업체들의 주장이 지나친 면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업체들이 제시하는 수익률을 보면 투자비는 슬그머니 빠뜨리고 임대수익은 뻥튀기하는 경향이 심하다. 따라서 투자비에 취득세.등록세는 물론이고 임대소득세까지 감안해야 한다.

특히 입주 때 임대가 무난히 될 것이냐는 문제도 있으므로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이 공급된 탓에 입주 시점이면 임대료 시세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올라간다면 수익률은 많이 떨어진다. 은행 돈은 언젠가 갚아야 한다. 결국 자기 돈으로 분양가를 모두 댄다면 수익률은 연간 10% 안팎으로 예상된다.

◇ 문제는 강남권.신도시=오피스텔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나온 3만5천여실 오피스텔 중 70% 이상이 서울 강남지역과 분당.일산 신도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3~2004년에 입주가 몰린다.

분당에서 오피스텔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한 시행업체 사장은 "우리도 공급과잉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업을 할 게 없는 데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아무래도 많은 소비자들이 상투를 잡을 것 같다. 그런데도 저금리 파도가 워낙 강해 돈이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다. 오피스텔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상품별.입지별 차별화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세중코리아 감학권 사장은 "임대 대상이 주거용인지 사무실용인지 확실히 정하고 골라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객(임차인)을 누구로 정하느냐는 임대사업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요즘 고시생.하숙생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 신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공급과잉 시대의 차별화의 한 단면이다.

◇ 소프트웨어 지원이 관건=많은 오피스텔이 나오면서 제기되는 또 다른 우려는 슬럼화다. 시공사.분양대행사마다 입장이 다르다. 분양대행사는 팔기만 하고 시공사는 짓기만 하면 된다. 분양.홍보.광고 과정에서 물건을 어떻게든 팔기 위해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혹한다.

이럴 때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완공 후 관리체제다. 주인이 투자자이기 때문에 시설관리에 신경쓰지 않는다.

완공된 일부 오피스텔이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은 관리가 철저히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주 후 시설뿐 아니라 임대.투자관리까지 해주는 조건의 오피스텔이 훨씬 유리하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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