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 '脫총각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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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나진균 사무국장은 매 주말 고역을 치른다.

주말마다 겹친 프로야구 선수들의 결혼식 때문에 본의아닌 '팔도유람'을 떠난다.

지난 8일 대구(김재걸.삼성)를 찍고 바로 광주(장성호.기아)로 갔던 나국장은 9일 다시 대구(김태균.삼성)에서 인천(김홍집.한화)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야 했다. 지난달부터 계속된 강행군이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선수협 사무실 칠판에 빼곡이 적힌 '선수 결혼 일정'을 봐서는 한동안 주말은 모두 비워둬야 할 형편이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결혼 온풍'으로 훈훈하다. 결혼 시즌인 봄.가을에 '본업'인 야구로 바빴던 선수들에게는 오프 시즌인 겨울이 적기(適期)일 수밖에 없다.

11월부터 12월까지 두달 동안 모두 19명이 결혼식을 올렸거나 예정 중이다.

나국장은 "새 천년을 맞아 노총각들도 작심하고 결혼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올해 선수들의 결혼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야구로 성공하기 전까지 독신으로 남겠다"던 김태균도 결국 머리를 긁적이며 슬쩍 청첩장을 내밀었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야구판의 결혼 붐은 해를 넘겨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라이언 킹' 이승엽(25.삼성)은 내년 1월 6일 모델 이송정(20)양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1999년 연말 패션쇼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 이후 본격적으로 사귀었다는 후문이다.

이선수는 "시즌 때는 바빠 전화로 주로 데이트를 즐겼으나 서울에 원정을 가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예비 신랑은 지난 4일 경주에서 열렸던 선수협 총회장 입구에서 청첩장을 돌렸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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