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자 봇물…35P 급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외국인 투자자가 현물(주식)과 선물에서 대규모 쌍끌이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10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35.73포인트(5.07%)떨어진 6백68.77을 기록했다.코스닥 지수도 0.12포인트(0.16%) 내린 72.7로 마감했다. 종합주가지수의 하락폭은 올들어 3번째로 큰 것이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 시장에서 1천5백96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선물도 5천5백계약을 순매도했다.

이들은 옵션에서도 대거 순매도에 나섰다. 외국인들이 선물에서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자 증권거래소는 오후 사이드카를 발동해 선물거래를 5분간 중단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와 관련, "짧은 기간 동안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바람직한 조정"이라며 "일부 외국인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물량을 내놓았을 뿐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외국인 왜 팔았나=차익 실현과 오는 13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더블위칭 데이)때 위험을 낮추기 위해 미리 주식과 선물을 판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인들은 지난 10월 이후 전 세계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한국물을 팔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삼성전자.삼성전자우선주.SK텔레콤.포항제철.국민은행 등 대형우량주들이 많이 떨어졌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국가별로 투자비중을 결정하는 컨트리 펀드는 이미 한국물을 너무 많이 편입해 비중 축소 유혹을 받고 있다"며 "연말 결산기 때 실적을 맞추기 위해 이들 컨트리 펀드가 매물을 많이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프로그램 매수차익이 증시 위협=지난 3일 6천2백70억원에 달했던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불과 5일 만인 지난 7일 1조2천억원대에 육박했다.

외국인 장세에서 소외된 개인들이 대박을 노리고 선물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른바 '콘탱고 상태'가 지속됐다.

이에 따라 기관과 외국인들은 가격이 비싼 선물을 파는 대신 현물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차익 거래에 나섰다.

문제는 더블위칭 데이를 앞두고 외국인이 선물을 대거 파는 바람에 현.선물간 가격이 역전된 점이다. 즉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아지자 기관들이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들였다.

10일 오전 한때 8백억원가량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프로그램 매수차익 거래가 오후 들어 순매도로 반전됐다.

◇ 향후 전망=상승 추세가 무너졌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극히 드물다. 일시적인 조정을 보인뒤 재차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은 일부 차익을 챙겨두고 상황을 관망할 것 같다"며 "그러나 나스닥과 다우지수가 각각 2,000선과 10,000선을 지키고 있는 만큼 세계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또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 부장은 "12일(한국시간)에 미국이 금리를 또다시 인하하거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날 증시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다면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