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북경찰서 경무계 6인 ‘전화친절 UCC’ 실감나는 연기력 뽐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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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안서북경찰서 경무계가 ‘전화친절도 만점 전략’UCC(경찰 내부 교육용)를 만들어 충남경찰청 UCC컨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했다. 27개 ‘작품’이 경합을 벌인 결과 소재 발굴, 흥미성, 교육 효과 등 각 방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천안서북경찰서 경무계 직원들이 ‘전화친절도 점수 100점 전략’ UCC로 최근 충남경찰청 컨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남주희 순경·박상민 경장, 최귀호 계장, 양필웅 행정직, 한은국 경장, 권회석 경사. [조영회 기자]

최귀호 경무계장(47·경위)은 “계원 5명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낸 결과, 재미있고 경찰 업무에 꼭 필요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며 “UCC를 만드는 동안 서투른 연기에 많이 웃었고, 업무와 관련 반성도 많이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UCC 장면. [조영회 기자]

# 장면1 “따르릉~ 따르릉~ 따.” 전화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으러 달려오는 박상민(25) 경장(친절한 경찰관 역). 고속 촬영됐다는걸 전달하려는지 손과 발을 허위적거리며 달려온다.(TV ‘게그콘서트’흉내) “늦게 받아 죄송합니다.…(민원인 전화 내용을 경청한 뒤) 당담자가 휴가 중이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지금까지 경무계 박상민 경장이었습니다.” ‘전화친절도 100점’ 큰 글씨가 화면을 채웠다.

# 장면2 “예~.” 귀찮은듯 예 소리가 길게 늘어진다. 전화 민원인이 “15년전 자동차를 잃어버렸는데요”라고 말을 시작했다. 민원인역은 비디오 카메라를 든 권회석(40) 경사, ‘불친절 경찰관’역을 맡은 한은국(34)경장 바로 앞에서 1인2역 하고 있다. “아니, 그 옛날 일을 왜 이제서 말씀하십니까.” ‘ 불친절’이 짜증스럽게 내뱉는다. “그러면 안 되나요?” 민원인도 지지않고 대응한다. 대화의 끝머리. “그렇게 경찰관이 불친절해도 되나요.” 결국 민원인의 꾸지람을 듣는 불친절 경찰관(한 경장)이 마지못해 사과의 말을 건넨다. “예.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자신의 부서와 이름을 밝히는 것도 잊었다. 결과는 ‘전화친절도 50점’. 낙제점이다.

경무계 팀원은 6인. 이 UCC를 만드는 데 모두 투입됐다. 총괄 최 계장, 비디오카메라 권 경사, 시나리오 한 경장, 출연 박 경장, 스틸 장면 촬영 남주희(33) 순경, 보조스텝 양필웅(31) 행정직.

한 경장의 시나리오는 골격만 갖췄을 뿐이었다. 상황은 즉흥적으로, 대부분 대사는 애드리브로 촬영됐다. 대충 이런 식이다. 착신 전화 벨소리 효과음은 휴대전화로 울리게 했다. 별도 녹음 장비도 필요없다. 경찰관이 “어디 사냐”고 물으면 권 경사(민원인 역)가 바로 앞에서 자신이 사는 불당동을 답한다.

‘불친절’이 그 즉시 가까운 쌍용지구대로 알아보라도 알려준다. 민원인도 지지않는다. “경찰서에 신고(자동차 분실)하면 안되냐.” 불친절이 “그곳(쌍용지구대)에서 하면 편하다”고 둘러댄다. 민원인 “쌍용지구대가 어디 있냐”. 불친절이 “같은 동네에 있는 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 시나리오에는 ‘불친절 사례 : 15년 전 자동차 분실 신고→지구대로 신고토록 불친절하게 응대’정도로만 써 있다.

많은 팀원이 화면에 나오도록 노력했다. 카메라 권 경사도 비디오 카메라를 한 경장에게 넘기고 ‘전화 받기 첫 단계’에 깜짝 출연했다. 총괄 최 계장은 UCC 마지막 부문에서 친절한 무마리 응대의 ‘FM’(정석)을 보여 준다. 홍일점 남 순경이 찍은 스틸 사진은 ‘불친절’역의 경장이 전화친절도 낙제점을 받고 괴로워하는 장면을 정지 영상으로 담는 데 사용됐다.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절규하는 한 경장의 ‘오버 연기’를 잘 보여줬다는 내부 평이다.

이 UCC를 촬영하는 데는 나흘 정도 걸렸다. 경무계 사무실에 방문인이 드문 점심시간과 퇴근 무렵을 이용해 촬영했다. 그렇지만 촬영 도중 불쑥 사무실을 찾은 다른 직원들은 영문도 모르고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촬영이후 편집은 한 경장이 도맡았다. ‘동영상 초짜’인 그는 편집기술을 인터넷 등으로 배워가며 이 일을 완벽히 해 냈다.

최 계장은 “UCC 경진대회에 나가자고 했을 땐 우리 모두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붙었고 팀원들도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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