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오늘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주재 … 정부 움직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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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확성기·전광판 … ‘대북 심리전’ 재가동 검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전군 작전지휘관회의를 소집했다. 작전지휘관회의에는 이상의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비롯, 군단장급 이상 20여 명이 참석했다. 군 당국은 회의에서 먼저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을 평가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을 제재하면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북한 국방위원회가 협박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회의에서는 또 연합위기관리와 군사 대비태세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이번 천안함 사건 조사에서 북한 잠수정의 서해 침투가 확인된 만큼 북한 잠수함(정) 등 수중전력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백령도 인근 해역 등에 음향 및 자기 감응 수중 탐지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조류가 빠르고 물이 흐려 관측이 어려운 서해에서는 수중 무인감시로봇도 운용할 방침이다. 앞서 한·미군은 서해에서 연합 대잠훈련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방부는 앞으로 있을 정부의 단호한 조치와 관련한 준비작업에도 들어갔다. 예컨대 정부가 북한 민간 선박의 제주해협 무해통항권을 해제할 경우 북한이 반발할 소지가 있다.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군사적인 조치와 관련해선 과거 전방에서 운영하던 확성기 방송 재개와 대형 전광판 가동 등 대북 심리전을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대응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역을 침범하면 강도 높게 대응할 방침이다. 북한이 이번 도발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군사적 대응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북한 연어급(130t) 잠수정과 이번 대남 도발에 동원된 상어급 잠수함 및 모선, 이를 운영하는 북한 해군기지가 군사적 대응의 대상에 포함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외교부, 안보리 의장에게 곧 서한 … 공식 ‘제재’ 착수
서해서 한·미 연합훈련 강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천안함 사건 민·군 합동조사단 결과 발표 직후 실·국장 전원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조치 준비에 착수했다. 유 장관은 “천안함 사건과 같은 군사 도발은 국제 평화·안전을 파괴하는 행위로서 정전협정 위반은 물론 유엔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고 엄중한 대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북한이 무력행사를 금지한 유엔 헌장 2조4항과 1953년의 정전협정(적대행위 정지)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는 방식으로 공식적인 대북 제재 회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우방들과 양자적인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집중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부는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중대한 위협이란 인식 아래 오는 26일 유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서울 회담에서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 강화를 포함한 각종 대북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이와 함께 천안함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는 데 열쇠를 쥔 중국의 입장 변화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소식통은 “이달 말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와 26일 클린턴 장관 방한, 이달 말 제주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까지 약 열흘간 정부는 중국이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도록 관련국들과 더불어 외교전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안함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면 ▶대북 제재를 포함한 비난 결의 ▶제재가 빠진 비난 결의 ▶구속력은 없으나 안보리 회원국 전원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의장 성명 등 세 가지 옵션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통일부, ‘개성공단’ 제외한 경협 사업자 37명 방북 불허
옥수수 지원도 중단 가능성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온 20일 통일부는 대북 경협 협의를 위해 방북하려던 37명을 북한 지역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긴박한 남북관계의 상황을 고려해 북측 지역에 체류하는 인원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에서다. 개성공단 외곽 지역에서 석재를 가공해 반입해온 한 업체 관계자는 “매일 출퇴근 방식으로 현지 공장을 오갔는데 오늘은 방북 승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양에 머물던 남측 평화자동차 관계자 한 명도 19일 오후 귀환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조사 발표 2시간 전인 오전 8시에 455명의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 등이 방북했고, 607명이 나왔다. 121개 남한 업체가 진출한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이 몰수·동결을 선언한 남측 부동산을 관리하기 위해 금강산에 머물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등 남측 인원 13명도 계속 체류 중이다. 20일 밤 개성 868명을 포함해 881명이 북한에 머물렀다. 21일에는 개성공단에 278명이 들어가고 452명이 귀환한다. 이렇게 되면 평소 1000명 선이던 개성공단 인원은 690여 명으로 줄지만 공장 가동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북한은 20일 조개 등 수산물을 실은 7척의 상선을 속초항에 예정대로 입항시키는 등 남북 간 교류를 제한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유사시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조사 결과 발표에 맞춰 북한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해 ‘전면전쟁’까지 운운하자 개성공단 남측 인원에 신변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닥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열린 통일부 내부 대책회의에서 현인택 장관도 이 점을 직접 챙기며 간부들에게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통일부는 아직 개성공단의 존폐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낀다. 남측 업체와 4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 문제가 달려 있어 남북 모두 부담스러운 사안이란 측면에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요청해 구매를 추진해온 대북 옥수수 1만t(40억원 상당) 지원도 정부가 중단을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당국자는 “남북 교류·협력과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대북 제재방안은 다음 주 발표될 정부 차원의 대북조치에 함께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행안부, “근거 없는 비방과 불법 집회에 엄정하게 대응”
비상사태 대비 자원·물자 점검

정부가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유언비어와 불법집회 단속에 나섰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20일 행안부·경찰청·소방방재청 간부가 참석한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온라인에서 근거 없는 비방이나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점검하고, 불법집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비상사태에 대비해 유류·식량 등의 동원자원과 비축물자 실태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종합청사 등 주요 시설과 국가기반시설의 경비를 강화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정보 시스템의 사이버테러 경보 단계를 ‘정상’에서 ‘관심’으로 격상시켰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 천안함 침몰 직후 북한에 인접한 서울과 인천·경기·강원 등 4개 지방청에 내렸던 을호 비상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을호 비상은 최상위 비상령인 갑호의 다음 단계로 경찰관서 직원의 절반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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