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멀티 플레이어 주전 걱정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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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월드컵까지는 6개월이나 남았다. 그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아는가. 한 선수가 적어도 두개의 포지션을 소화해야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 9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평가전 직후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은 '멀티펑션(멀티포지션) 플레이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유상철(가시와 레이솔)과 송종국(부산 아이콘스).박지성(교토 퍼플상가)을 적임자로 꼽았다.

세 선수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

골키퍼만 빼고 어떤 위치라도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검증된 송종국은 바로 멀티펑션 플레이어의 대표주자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첫 대회였던 홍콩 칼스버그컵 대회 때만 해도 벤치 멤버였던 송종국은 두바이 4개국 대회 아랍에미리트(UAE)전에 수비수로 나와 골을 터뜨리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뒤 주전 자리를 꿰찼다.

송종국은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공격형 미드필더 겸 플레이메이커.윙백 등 어떤 자리를 맡아도 잘 소화해내며 히딩크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특히 지난달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때는 중앙 수비수로 나가 '포스트 홍명보'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이번 미국과의 평가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또다시 변신해 공수전환 때 원활한 키플레이를 펼친 것은 물론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몇차례의 실점 위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미국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깜짝 기용된 유상철도 송종국 못지 않게 히딩크의 애정을 듬뿍 받는 선수다. 특히 미국전이 끝난 뒤 히딩크 감독은 유상철에 대해 "어떤 포지션을 줘도 잘 해낸다. 특히 수비로 나설 때 강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미국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변신을 시도해 공격형 미드필더 겸 플레이메이커로 데뷔한 박지성 역시 히딩크가 원하던 멀티펑션 플레이어로서의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또 지난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맹활약했던 최태욱(안양 LG).이천수(고려대) 역시 "장기판의 차(車)처럼 사이드 어태커로 올려도, 윙백으로 내려도, 좌우를 바꿔도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귀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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