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 미그29 본격 생산 물밑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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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8일 평양에서 북.러 군사공동위원회를 개최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양사정에 밝은 서울의 한 군사소식통은 "소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국방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군사협력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양국 군사공동위 개최는 지난 8월 4일 모스크바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모스크바선언에 명시된 군사분야의 쌍무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조치로 보인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김일철(金鎰喆ㆍ차수) 인민무력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 군사대표단을 러시아에 파견,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는 등 군사협력 재개를 모색해 왔다. 북한과 러시아는 1989년 이후 10년간 군사교류를 중단했다.

물론 이번 위원회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양국 군사당국간의 협의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초대 국방무관 출신인 최영하(崔永夏.58)씨는 "양국이 미그29를 포함한 러시아제 무기구입 문제를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崔씨에 따르면 북한은 89년 소련의 지원으로 평북 곽산에 미그29 조립공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이 공장은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부품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가동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따라서 이번 위원회를 계기로 북측이 러시아로부터 전투기 부품을 들여와 미그29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려 한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북한은 또 미그29 외에도 견착식 대공 미사일 '이글라'와 T-80U 러시아 탱크도 도입하려 할 것으로 崔씨는 내다봤다.

한편 러시아는 북.러 군사공동위 개최에 앞서 한국측에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을 깨는 최신예 공격용 무기는 북측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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