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사제작단' 뜬다… 내년초 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이 힘을 합해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 전파를 탄다.

EBS가 발족한 ‘교사 제작단’이 5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고 오는 19일 일제히 작품을 내놓는다.이 제작물들은 심사를 거쳐 내년 초 방송된다.

지난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장천초등학교. 전교생이 2백50여명에 불과한 이 시골 학교의 한 교실에선 아이들 10여명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방송 편집에 한창이었다.

화면엔 '신발장에서 방송제까지'란 제목이 적혀 있다. 이어 1년 동안의 학교 뉴스, 서울에선 거의 사라진 가을 운동회, 마을 어귀의 명물 주막, 어린이 방송제를 준비하는 과정 등이 숨가쁘게 흘러간다. 자신들이 직접 찍어온 장면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교실 곳곳엔 6㎜ 비디오 카메라, TV 수상기 등 방송 장비가 자리잡고 있다.

방송반 아이 17명과 지도교사인 김현광씨는 이 작품을 위해 몇 달간 마을 안팎을 누비며 촬영을 해왔다. 요즘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밤 9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지만 모두들 너무나 즐거운 표정들이다.

5학년 김지수(12)양은 "방송 제작을 하면서 우리 고장에 대해 더 잘 알게 됐고, 특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교사 제작단이란=EBS는 일선 학교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아낸 방송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7월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사 제작단을 모집, 전국 각지에서 열다섯 팀을 뽑았다. 이들 교사 제작단은 각자 선정한 자유 주제를 가지고 촬영을 해왔다. 아이디어는 교사들이 냈지만, 촬영은 아이들과 함께 했다.

◇ 경과 및 향후 계획=교사들은 EBS측으로부터 방송제작.편집에 관한 실무교육을 받고, 일정액의 예산도 지원받았다. 시작 당시 방송 장비를 다루는 교사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교육을 거치면서 대부분 프로 수준으로 올라섰다.

EBS 편성운영팀 안강현 차장은 "제출물 중 어느 정도의 작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 1월 중순 방송하겠다"며 "2기, 3기 교사 제작단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어떤 작품이 있나='우리가 들꽃을 아는가'란 제목의 다큐는 평소 이름도 모르고 지나치는 들꽃 수백종을 카메라에 담았다.

담당 교사는 주말이면 초등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산야를 누볐다고 한다.

또 장승을 소재로 한 다큐는 한국인의 상징물로 각광받고 있는 장승에 관한 체계적인 내용을 다뤄 기대되는 작품이다.

장승의 역사와 명칭, 제작 방법, 종류가 자세히 담겨 있다. 이밖에 '우리 학교의 등교길은 안전한가' '어느 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 '실업계 고교생의 애환' '장애학생들의 힘찬 비상' 등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각종 작품들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