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인터넷 대학방송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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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오전 9시와 오후 6시 하루 두번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대학 방송국…"으로 시작하는 교내 라디오 방송. 그리고 매주 초만 되면 교문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학보.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캠퍼스의 대소사를 전해주는 창구라면 당연히 이 두 가지를 꼽았다.

그런데 쌍방향.디지털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대학가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최근 두 매체의 틈새를 비집고 인터넷 방송국이 확실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1998년 교내 방송을 시작해 지금까지 1백여편의 프로그램을 제작한 중앙대를 비롯해 숙명여대.이화여대가 올해 들어 인터넷 방송국을 열었다. 경희대도 지난 한 학기 동안 시험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정식 방송을 시작한다.

기존의 교내 방송국에서 인터넷팀을 따로 두기도 하고 영상 관련학부에서 수업 시간에 제작한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만들기도 한다.

방송국 국원들은 모두 '예비 VJ(비디오 저널리스트)'다. 디지털 캠코더를 둘러메고 교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찍은 영상물을 VOD로 보여준다. 총학생회 선거.입시 현장 등 학내 뉴스를 다루고, 신입생들을 위해 동아리 탐방도 한다.

특별 강연이 열리면 참석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현장을 녹화하는 서비스도 한다. 경희대(http://www.ikhu.tv)의 경우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학생 인터넷 자키(IJ)가 출연하는 음악 프로도 만들고 있다.

물론 이들의 수준을 일반 인터넷 방송국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대부분 학교에서 서버와 편집기를 지원받는 데다 카메라도 빌려 쓰는 등 열악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대학 생활의 색깔이 다채롭게 담겨 있는 소재를 골라 승부수를 던진다.'이대의 남자들'(이화여대),'회기역 전철역 역무원 아저씨'(경희대)''숙대 기숙사'(숙명여대)등이 좋은 예다.

지난달 문을 연 이대 언론홍보영상학부의 '이화TV(http://www.ewhatv.com)'의 임수정씨는 "세상을 독창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내보낸 숙명여대 '올이브캐스트'(http://www.allevecast.net)는 아예 일반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타교생도 참여할 수 있다. TV 오락프로로 따지자면 '시청자 참여'다. '강아지가 태어났어요''세살배기 아가의 덩크슛'등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 파일을 학생들이 제공하는 것이다.

중앙대 인터넷 방송국(http://www.iubs.cau.ac.kr)의 최용석씨는 "인터넷 방송국이 궤도에 오르면 파일만 있으면 대학과 대학 간의 문화 교류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까지 내다봤다.

인터넷 방송국 지킴이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영화나 TV 등 화려한 이미지로 무장한 타 매체에 쏠린 학생들의 눈길을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을까가 그것이다.

경희대 인터넷 방송국의 서두범씨는 "라디오 방송을 해도 잘 듣지 않고 방송국 지원자마저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방송은 고육지책인 성격이 강하다"며 "아무리 잘 만들어도 TV나 영화를 쫓아갈 수 없다는 한계가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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