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종토세 현물납부 벼 '골칫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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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 진주시 금산면사무소 공무원 10명은 평소 하지 않던 숙직을 지난 9일부터 서고 있다.무인 자동경비시스템 설치로 폐지됐던 숙직이 2년여 만에 부활된 것은 농업인들이 종합토지세 등 세금 대신 ‘현물납부’,면사무소 마당에 쌓아둔 3백여 가마의 벼를 지키기 위해서다.

숙직뿐만 아니라 해가 지면 벼 가마를 비닐로 덮었다가 낮에는 걷는다.낮에 비닐을 덮어두면 복사열 때문에 벼가 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가 내린 29일에는 비상이 걸렸다.빗물이 들어가면 썩기 때문에 비닐을 더 구입해 덮고 공무원들이 한두 시간마다 순찰을 돌며 빗물이 들어가는 지를 살폈다.

3백여 가마의 벼가 마당에 쌓여 있는 바람에 민원인들이 주차할 곳이 없어 면사무소 앞 도로는 북새통이 된 지 오래다.

정재옥(鄭在玉)금산면장은 “농업인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바쁜 면사무소 공무원들의 일손이 빼앗기는 바람에 민원을 소홀히 처리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자치단체마다 현물 납부한 벼 보관·처리로 골치를 앓고 있다.

진주시청 앞 광장에는 9백85가마가 쌓여있다.역시 비닐을 덮어놓고 숙직하는 직원들이 야간순찰을 돌면서 지키고 있으나 일부 벼는 변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는 농업인들이 두 차례 걸쳐 갖다놓은 5백50가마의 보관이 어려워 아예 대한통운 창원 창고에 임시보관해 놓고 있다.

경남지역 농협 8개 시군지부와 일부 회원 농협에 쌓여있는 7천여 가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농업인들이 경남지역 자치단체에 갖다 놓은 벼는 2만2천 여 가마.농협 미곡처리장(RPC)2등급 수매가로 계산해도 약 11억어치에 이른다.

경남도는 RPC 매립물량 2백52만 가마에 한해 논농사 직불제 추가지원형태로 가마당 2천원씩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전농 경남도연맹은 이미 제시한 가격(5만7천원선)을 보장 받을 수 있는 5천 ∼ 6천원의 추가지원이 있을 때까지 현물납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벼 방치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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