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기흥 '구갈3지구' 아파트 짓는다고 도로 옮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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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출자기관인 경기지방공사가 멀쩡한 국도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어서 주먹구구식 택지개발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5일 경기지방공사에 따르면 이 공사가 시행하는 구갈3지구(용인시 기흥읍 구갈리일대·전체면적 29만평)내로 동서방향 1㎞ 구간에 걸쳐 왕복4차선인 국도 42호선이 지나가자 이 도로를 없애고 우회도로를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

이에 전문가와 주민들은 ‘-자’(字)로 곧게 뻗어있는 국도를 구부리면서까지 택지사업을 벌이는 것은 수익추구에만 급급한 졸속행정의 표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42번 국도 이전 경위=구갈3지구는 경기도에 의해 1996년 택지개발 지구로 지정됐다.이듬해 경기도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은 경기지방공사는 택지지구 전체 29만평 중 북쪽 26만평,남쪽 3만평을 경계로 도로가 관통하자 택지지구가 양분되는 데다 단지 진출입로 개설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도로를 택지지구 남쪽 오산천변으로 우회시키기로 했다.

지방공사는 연말부터 우회도로 개설공사에 나서 내년 3월까지 수원∼용인간 현 42번 국도를 완전 폐쇄할 방침이다.

◇주민 ·전문가 의견=주민들과 도시계획전문가들은 경기도가 당초 주변 환경을 고려치 않고 택지지구범위를 주먹구구식으로 지정한 것 자체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민 趙모(43 ·회사원)씨는 “졸속행정의 표본이며,뒤늦게라도 도로가 지나가는 줄 알았으면 택지지구 면적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강남대 이춘호(李春鎬 ·도시계획학 박사)교수는 “택지지구를 지정할 때는 주변 도로 ·공공시설 등의 위치 및 환경을 고려하고 향후 발전전망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지방공사 입장=현재의 국도를 그대로 놔두고 택지를 조성할 경우 택지가 양분되고 차량통행으로 인한 소음 등으로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많아 건설교통부 ·용인시 등과 협의해 도로를 이전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로를 그대로 놔두고 택지를 분양할 경우 아파트건설업체들이 택지분양을 기피해 사업에 많은 차질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2번국도 폐쇄예정 구간은 하루 자동차 통행량이 6∼7만대에 이르며 출 ·퇴근시간대에는 강남대 ·용인대 ·명지대 학생들과 인근 1백여개 공장,어정가구단지 근로자들의 주요 통행로로 이용되는 데다 민속촌과 에버랜드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다.

지난 1월 착공한 구갈3택지지구에는 아파트 4천3백여가구와 단독주택 2백47가구 등 총 4천5백여가구가 들어서며 이달 말부터 아파트분양이 시작된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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