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자원봉사 대축제 대상] 경북 포항 '둥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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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요일인 지난 2일 경북 포항시 청하면 미남리 7번 국도변. 30세 전후의 남녀 10여명이 완공을 앞둔 한 단독주택의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서투른 솜씨지만 콧노래를 부르며 부지런히 붓을 놀리는 모습들에 즐거움이 역력했다.

이곳은 바로 포항의 자원봉사단체인 둥지회(회장 安正浩.33)가 벌이고 있는 '사랑의 집짓기' 공사 현장. 지난 10월 말 짓기 시작한 이 집은 30평 크기로 장애인과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노인 등 6명의 보금자리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달 중순 완공을 앞두고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둥지회 회원들이 벌이고 있는 이 작업이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제8회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대상으로 선정됐다.

둥지회의 '사랑의 집짓기 추진위원회' 이남철(李南喆.36.포항제철 근무)위원장은 "이 집은 돈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짓는 것"이라며 "수상의 영광은 성금과 정성을 보태준 이웃들의 몫"이라며 밝게 웃었다.

둥지회가 사랑의 집짓기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대학 졸업 후 결혼도 미룬 채 다섯명의 어린이와 장애인.노인 등을 돌보고 있는 李정자(35.여.경북 포항시 기계면)씨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막연히 집을 새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집이 너무 좁은 데다 욕조 턱이 높아 이들이 생활하기에 너무나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을 짓는다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부지 3백평은 집주인 李씨의 부친이 마련해줘 해결됐지만 4천만원이나 되는 건축비 마련이 문제였다. 둥지회 사무실을 얻기 위해 모아둔 5백만원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머리를 맞대고 궁리 끝에 회원들은 '일일 호프집'을 열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27일 포항 송도비치호텔에서 열린 호프행사에는 1천여명의 지원자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고 돈도 2천여만원이나 모을 수 있었다. 후원자도 속속 나타났다.

방 네개에 욕실.주방…. 회원들이 손수 설계도를 그렸고,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조립식으로 짓기로 했다. 평일엔 직장에 다니지 않는 2~3명의 회원들이, 주말과 휴일엔 10여명씩 당번을 정해 현장을 찾고 있다.

회원 金종복(39)씨는 "휴일마다 참가해 손을 보태보니 내 집을 짓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安회장은 "남은 빈터에 앞으로 집을 더 지어 이 일대를 복지타운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둥지회는 집짓기 추진위원장인 李씨가 1989년 11월 겨울을 앞두고 자신이 다니는 포철 동료 10여명과 함께 "좋은 일 한번 해보자"고 제의해 발족, 그동안 주로 홀로 된 노인과 부모없는 어린이들을 찾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회원이 40여명으로 늘었다.

포항=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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