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주인 대신 신탁회사가 아파트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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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신탁회사가 땅 주인(시행사)을 대신해 아파트 분양사업을 진행하는 ‘신탁 아파트’가 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와 주택시장 침체로 아파트 분양에서도 사업 안전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19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대한토지신탁·생보부동산신탁·한국토지신탁 등 주요 3개 신탁사가 맡은 아파트 분양사업장은 62건이다. 2007년 48건, 2008년 55건, 지난해 69건으로 늘어나다 올 들어 급증한 것이다.

주요 신탁 사업장은 경기도 용인시 중동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생보부동산), 수원시 이목동 수원 장안 힐스테이트(대한토지신탁) 등이다.

신탁회사가 사업을 맡으면 당초의 시행사는 분양이익만 갖는다. 신탁회사가 인허가 등 사업을 총괄하고 자금관리도 맡는다. 시행사 입장에선 자신들의 발언권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에는 신탁회사를 통한 분양을 꺼려왔다.

하지만 주로 자금여력이 크지 않은 시행사들의 경우 사업 불안감이 커지면서 요즘은 시공사들이 신탁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생보부동산신탁 김성태 차장은 “일종의 안전장치로 신탁회사를 시행사로 요구하는 시공사들이 늘고 있고 시행사들도 분양성을 위해 신탁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분양대행업체 로하스 김종윤 이사는 “건설업체 부도가 늘면서 수요자들이 시공사 못지 않게 시행사가 어디인지를 따지는데 신탁회사가 시행을 하면 비교적 안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탁회사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 관계도 조율하기 때문에 이들 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분양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사장은 “안전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신탁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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