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100점짜리 대학생활]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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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활은 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자신감에 차 있는 기간이었다.

신입생에게 처음 대학생활로 다가오는 것은 학교에서 마련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다. 요즈음 대학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은 이 소중한 기회를 많이 놓친다. 나는 여기서 많은 선배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대학생활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무슨 과목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동아리는 어떤 것이 좋고, 어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

실제 대학생활에서는 조교실 선배들의 조언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장학금.출석 등 학사에 관한 모든 사항들은 조교실에서 근무하는 선배들의 친절한 한마디를 통해 해결되었다.

생활 자체는 주변의 많은 조언들을 통해 해결되지만 학과에서 이뤄지는 전공공부는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한동안 자유로움 속에서 놓았던 책을 다시 잡기까지 무척 힘들었다.

1학년의 경우 대부분 교양으로 이뤄져 있어 공부하기도 쉬운 편이었으나 2학년부터 전공수업을 통해 교수님들이 선정해주신 몇권의 원서들은 진도를 따라가기가 벅찰 만큼의 많은 학습량을 요구하는 방증인 셈이었다.

물론 선정된 원서를 통해 예.복습을 반복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한순간 멀어져버린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어떤 학생들은 비슷한 내용의 한글 번역서를 가지고 비슷한 부분을 찾아가면서 공부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산과 공대생으로 대학생활을 보낸 나는 번역서와 원서, 문제에 대한 해설서를 병행하면서 공부를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자연계나 인문계를 떠나 단순히 암기하는 것 이상의 사고력을 요구한다.

어떤 이론에 대한 실용적인 측면에서부터 이론이 도출되는 과정과 응용되는 문제들까지 항상 이해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뒤처지는 경험을 해보면 가장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시기가 바로 대학생활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게 된다.

김상일<경희대 전자계산학과 96년 졸업.미국의 소리 방송 리서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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