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나눔, 아름다운 팔순] 경남 진주 박종실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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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환에 시달리는 80대 할아버지가 모교에 40억원대의 토지를 기증해 감동을 주고 있다.

진주산업대는 4일 동문인 박종실(朴鍾實.82.경남 진주시 중안동.사진)씨가 진주시 장대동 토지 4백64평을 기증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폐에 물이 차는 등 건강이 악화하자 朴옹은 지난달 26일 정해주(鄭海□)진주산업대 총장에게 토지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지난 1일 경상대 병원에 입원했다.

朴옹은 "재학 중 부모님이 땔감을 팔아 학비를 마련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모교와 사회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진주산업대의 전신인 진주공립농업학교 27회(1940년) 졸업생인 朴옹은 운수업과 호텔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모았다. 이번에 기증한 땅도 운수업을 할 때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부지다. 이 땅은 진주시내 단독주택 한채를 제외하고는 朴옹이 소유한 유일한 재산.1남5녀를 뒀지만 일절 재산을 남기지 않았다.

외아들인 영환(永煥.49.주유소 경영)씨는 "평생 모은 재산을 의미있게 쓰시겠다는 아버지의 고귀한 뜻에 자식들이 모두 동의하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朴옹은 90년 모교에 장학금 2억3천만원을 기증해 '종실장학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은 지금까지 2백64명의 학생에게 1억6천여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18명의 교수에게 3천6백여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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