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카치아토리, "엉덩이 좀 찍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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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때아닌 관음증 논쟁이 이탈리아 배구계를 뜨겁게 달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주말 이탈리아 여자 프로배구리그 '세리에 A1F' 경기 도중 RAI 방송국 카메라맨이 '미녀 스타' 마우리지아 카치아토리(28.베르가모.사진)의 엉덩이를 집중 조명하다 카치아토리의 항의로 쫓겨난 것에서 비롯됐다.

이탈리아 대표팀 세터 카치아토리는 금발의 빼어난 미모로 최근 이탈리아 남성들의 인기투표에서 '가장 섹시한 스포츠 스타'로 선정된 바 있다.

그동안 TV 카메라의 노골적인 클로즈업에 시달린 카치아토리는 지난 3일(한국시간) 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 정권에 의해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를 뒤집어써야 했지만 우리는 또다른 방식의 성적 차별을 견디며 살고 있다"며 여자배구 선수들에 대한 방송의 선정적 중계 행태를 비판했다.

카치아토리는 이어 "TV는 배구 경기의 기술적인 면보다 인체 해부학적(□)인 면에 더 관심이 있다"며 "이는 마치 카메라맨들이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의 팬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대해 RAI는 "배구선수들이 작전 지시를 할 때 손을 엉덩이로 가져가고,광고 로고가 유니폼 뒤쪽에 있어 중계상 이 부분을 집중 방영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미녀 스타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여론의 질타에 시달린 이 방송사는 카치아토리의 신경을 건드린 문제의 카메라맨을 징계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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