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개인투자자 저가 은행주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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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저가권 은행주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개인투자자 덕분이다.

최근 증시는 외국인이 연말 포트폴리오 결산을 앞두고 수익률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한 소극적 매매자세를 보이고, 국내 기관은 연기금 등의 줄기찬 환매요구로 주식팔기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세 주도권이 자연스레 개인투자자들의 손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이들은 외국인과 기관을 피하는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공연히 차익실현 매물을 받아주는 희생양이 되지는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당연히 블루칩과 옐로칩 등 중고가권 우량주는 기피 대상이다.

그 대신 외국인과 기관이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저가권 은행주와 건설주, 일부 코스닥 개별주 등을 주로 사들이고 있는 것. 이중 은행주는 실적호전을 겸비해 돋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은행업지수 장중 연중최고치=4일 은행업종지수는 장중 한때 164.79까지 올라 연중최고치(163.21, 11월 26일)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마감 무렵 국민은행 등 고가권 은행주들이 밀리면서 0.87포인트 떨어진 161.73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는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674.56, 11월 26일)에서 아직 25포인트나 밀려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활기찬 주가 행보다.

저가권 은행주들의 움직임이 단연 돋보였다.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이 나란히 1.3%씩 올라 각각 3천9백80원과 3천7백90원을 기록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도 각각 3.8%와 2.8% 상승했다.

반면 고가권 우량주인 국민은행과 한미은행은 각각 1.1%와 2.3% 떨어졌다.

거래도 폭주해 외환.조흥은행이 각각 3천만주 넘게 거래됐고, 대구은행도 8백만주나 손바뀜이 이뤄졌다.

저가 은행주의 도약은 ▶전통적인 개인 선호주인 데다 ▶하이닉스.대우자동차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으면서 부실채권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고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확대로 실적까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부실채권비율이 떨어지면 은행주 주가는 올랐다"며 "은행의 고정이하 부실여신비율이 12월 현재 4.7%선까지 떨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정 이하 부실여신이란 잠재 부실과 이자를 3개월 이상 받지 못한 여신을 의미한다.

그는 "은행들은 지난해 말 2.46%포인트였던 예대마진이 올 10월에는 3.06%까지 확대됐고, 국민은행에 이은 2차 합병 기대감도 일고 있다"며 "최근 단기급등한 부담이 있지만 조정을 보이면 저점매수에 나설 기회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연구위원도 "은행주는 경기가 좋아지면 실적이 더욱 개선되는 경기민감주로,앞으로 경기호전이 가시화되면 상승 탄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2차 상승 돌파구 될까=전문가들은 그러나 은행주 상승이 종합지수가 전고점을 넘어 2차 도약하는 돌파구를 제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일투신운용 김성태 주식운용팀장은 "좀 더 오르면 저평가 매력이 해소될 것"이라며 "종합지수가 전고점인 680선 근처에 도달하면 저가 은행주의 위세도 꺽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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