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오피스텔 분양 돈 몰리자 마감재 고급화 구실 1억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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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이 고무줄 같다. 객관적 기준보다 분양시장 분위기에 따라 멋대로 가격을 정하고 있다.

땅값.자재값 등의 원가에 큰 변동 요인이 없는 데도 좀 팔릴 것 같으면 분양 직전에 가격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 영향력이 큰 업체일수록 심하다.

(http://www.joinsland.com) 참조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새 아파트 분양가는 인근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원칙 없는 분양가 산정=서울 11차 동시분양에서 나온 강남구 L아파트 분양가는 중간층 기준으로 평당 1천1백70만~1천2백70만원선. 건설회사가 지난 5~6월 분양할 예정이라며 4월에 밝힌 분양가는 평당 9백50만~1천50만원.

분양일정을 6개월 정도 늦추면서 평당 2백20만원 가량 올린 것이다.

61평형의 경우 당초 계획한 분양가보다 1억3천4백만원 인상했다.

인건비.자재비 등의 상승요인을 감안해도 인상 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에서 나온 D아파트도 공급 공고일 직전에 평당 가격을 50만원 가량 높였다.

또 지난 9월 나온 용인 죽전지구 P아파트의 경우 처음에는 평당 분양가를 6백만~6백90만원으로 정했다가 견본주택에 인파가 몰리자 업체측은 가격을 평당 30만~50만원 올리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지 중개업소에서 분양가가 높다는 의견이 나오자 부랴부랴 평당 4만~14만원을 다시 내리기도 했다.

오피스텔은 더 심하다. 저금리 훈풍으로 투자자금이 몰리자 업체들이 분양가만 올려 이윤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나온 G오피스텔 1차의 경우 분양가가 평당 평균 6백50만원이었으나 지난 10월 인접한 곳에서 분양된 2차의 경우 평당 7백만원으로 올렸다.

땅값 차이가 없고 자재도 비슷해 가격 상승요인이 별로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만간 분당 신도시에서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B사는 서울 지역 오피스텔 투자열기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당초 계획보다 평당 분양가를 30만~40만원 올리기로 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M사 관계자는 "분양가는 원가에 인근 시세와 이윤을 보태 정하는 게 원칙이나 정작 이들 요소보다 시장 분위기가 더 강하게 먹힌다"고 말했다.

◇ 지켜야 할 틀은 있다=주택업체들은 분양 일정이 바뀌는 동안 품질을 더 고급화했기 때문에 가격을 높였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마감재 고급화에 따른 가격 인상요인은 평당 20만~3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주방 가전제품을 모두 준다 해도 1천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마감재 고급화라는 구실로 분양가를 5천만~1억원씩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공급자가 분양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 놓은 데다 분양가보다 브랜드에 우선한 '묻지마 청약'이 계속되는 한 업체들의 고무줄식 분양가 산정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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