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성찰과 정체성 묻는 설치작가 김승영 신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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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설치작가 김승영(38)씨의 신작전이 6일부터 서울 관훈동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16일까지.02-760-4722)과 소격동 금산갤러리(28일까지.02-735-6317) 두 곳에서 열린다.

1999년부터 1년간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연구소에서 주관하는 P.S.1미술관 국제스튜디오 프로그램에 한국 대표작가로 참여했던 작가의 귀국 보고전이다.

뉴욕생활에서 느꼈던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를 성찰하고 정체성을 되묻는 내용들이다.

인사미술공간 입구에는 중심만 흔들리고 주변은 고요한 물 작업을 설치해 흔들리는 자아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책장들로 이루어진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창문의 따스한 빛과 그 길에 고여 있는 물을 만나게 된다. 책장의 한칸 한칸은 작가의 과거의 기억,앞으로 만나게 될 지식과 경험을 상징한다. 그 결과 이 설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여행하는 마음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금산갤러리엔 자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공간이 마련된다. 1층에는 작가 자신의 사진을 붙이고 떨어지면 다시 붙이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는 영상작업을 설치한다.

끝없는 절망으로 추락하는 듯한 이미지에 사진이 바닥에 떨어지는 사실적인 음향이 더해진다.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자아 정체성이 세워졌다 무너지는 희망없는 반복을 느끼게 한다. 2층에는 자신의 사진 40여장을 말아서 눈과 코 부분만이 나오도록 세워 늘어뜨린다.

그 앞에 고인 물에는 사진의 그림자가 벌레가 꿈틀대는 듯하게 비친다. 뉴욕생활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모든 행동이 갑갑하게 제약받았던 작가의 내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3층 벽면에는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인물들의 이름이 영화의 끝장면에 나타나는 출연자 명단처럼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비친다.

자아의 확립에 영향을 주고 그 역사를 이룬 사람들이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물.낙엽.빛 등을 이용해 자아와 기억과 소통을 주제로 설치작업을 해온 작가의 네번째 개인전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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