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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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1,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하이파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과격 테러단체의 연쇄 자살폭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관저와 집무실을 겨냥해 9발의 미사일을 발사, 사태가 극도로 긴장돼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3일 오전(현지시간) 비상 각료회의를 연 직후 일어났다. 이날 회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구체적인 보복조치를 논의했으며, 일부 각료들은 아라파트 수반을 축출할 것을 주장하는 등 초강경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왜 아라파트를 쳤나=이스라엘은 지난 4월에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지휘부와 경호부대인 '포스 17'본부건물 등을 공격, 우회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아라파트 수반의 집무실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아라파트의 존재 자체를 앞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초강경 입장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론 키트리는 "이번 공격이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아라파트 역할 회의론=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샤론 총리는 2일 백악관에서 긴급 회담을 열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강력한 대응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일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영토보장 등 본질적인 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라파트에게 무장단체를 해체하라고 압박한들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데다 자칫 내전을 초래해 상황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아라파트의 이스라엘 달래기=테러공격 직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장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일제단속에 착수, 2일 하루동안 이스마일 아부 샤나브 등 하마스 고위 지도자를 포함한 과격 테러 조직원 용의자 및 테러용의자 1백10여명을 체포했다.

이같은 팔레스타인의 전례없는 초강경 조치는 자치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방증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2일 즉각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을 겨냥한 보복공격을 단행하고 나서 자치정부의 이스라엘 달래기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2일 아침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 2명이 이스라엘인 한명을 살해한 뒤 이스라엘군에 사살됐고, 이날 밤에는 예닌과 톨카렘 등지에서 팔레스타인인 5명이 이스라엘군에 사살돼 이달 들어 발생한 희생자는 모두 2백40여명으로 늘어났다.

◇ 국제사회 반응=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그 어떤 동기도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계획적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물론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권에서도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찬호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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