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이냐 종전이냐… 찬반 논쟁 불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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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9.11테러로 촉발된 대(對)테러 전쟁의 1단계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쟁의 확대를 시사하는 미국 수뇌부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확전에 따른 군사적.정치적 부담과 국제사회의 여론 등을 감안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확전론을 둘러싼 찬반논리와 예상되는 확전 대상국가들을 짚어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직후 "테러범들뿐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모든 세력과 나라를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부시 독트린'이다. 이에 근거해 확전론자들은 탈레반뿐만 아니라 이라크 등으로 응징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미국인이 확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확전은 시기 선택의 문제만 남았을 뿐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론이나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은 명분을 인정하면서도 군사적.정치적 이유 등을 들어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확전론=오사마 빈 라덴이 잡히고 탈레반이 붕괴하더라도 테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전론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보다 더 대규모의 전쟁을 통해 테러세력의 기반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로도 입증된다.

지난달 27일 7백59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워싱턴 포스트.ABC 공동조사에서 제3의 국가로 전쟁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81%가 찬성했다. 공격 대상을 이라크로 특정한 상태에서도 78%가 찬성했고 반대한 응답자는 7%에 그쳤다.

이라크가 확전 대상 1순위로 꼽히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때문이다.확전론자들은 이라크가 이를 직접 사용하거나 아니면 알 카에다 같은 극렬 테러조직에 넘길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국은 또 이라크가 테러를 직접 기획했거나 광범위하게 지원한다고 본다. 확전론자들은 1990년대 중반 유엔사찰단이 바그다드 교외에서 테러리스트 훈련캠프로 보이는 시설을 발견한 사실도 거론한다. 또 93년에 터진 뉴욕 무역센터 폭탄테러의 주모자와 이라크가 연관돼 있다고 의심한다.

◇ 반대론=많은 전력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장의 확대에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부시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국제사회의 여론이 걸림돌이다. 9.11 테러 이후 반테러 국제연대가 결성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빈 라덴이 관여한 증거들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의 경우 9.11 테러, 더 나아가 알 카에다 조직과의 뚜렷한 관련성이 포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이라크가 9.11이나 탄저균 테러와 관련이 있다는 확증 없이는 바그다드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장애가 많다.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달리 제대로 중동 현지 기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군수조달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라크군은 탈레반보다 훨씬 막강한 반면 미국을 도울 이라크 반군세력은 북부동맹보다 훨씬 취약하다. 후세인이 이판사판으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군은 물론 미국 내 민간인의 희생도 우려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서울=예영준 기자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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