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양동근 광고모델로 '프로스펙스' 다시 일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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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외환위기 와중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국제상사(대표 이지수)가 과감한 마케팅으로 재기에 나서고 있다.

1998년 모그룹인 한일합섬이 공중분해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국제상사는 어려운 기업 살림에도 거액의 비용을 들여 대표 브랜드인 프로스펙스 띄우기에 나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 과감한 마케팅에 매출 살아나=법정관리로 주춤하던 프로스펙스의 마케팅이 다시 살아난 것은 지난해 가을.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쪼그라들기만 해서는 패션산업의 특성상 소비자들로부터 영영 멀어진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했다.

10대 청소년들을 겨냥한 프로스펙스의 하위 브랜드로 '우씨(OOC)'를 출시하며 13억원이라는 거액의 모델비를 들여 가수 서태지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법정관리 기업으로서는 도박에 가까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태지가 신은 붉은색 우씨 신발은 2만여켤레가 금방 동이 났다. 기존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Out of Class(교실 밖에서)'라는 광고 문구를 채택했고, 모든 매장을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게 고쳤다.

최근엔 1970년대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딸 라일라 알리와 국내 신세대 스타 양동근씨를 출연시킨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두사람의 모델비만 10억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스펙스는 법정관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케팅비로 지난해 80억원을 쓴 데 이어 올해는 1백억원 정도를 썼다.

회사 사정도 좋아지고 있다. 98년 외환위기 때 1천3백억원에 그쳤던 프로스펙스 브랜드의 매출은 올해 1천5백50억원으로 늘어나고, 올해 경상 이익은 3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불황으로 동종업계 업체들이 대부분 제자걸음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 애국심보다는 품질=외환위기 전 프로스펙스의 광고전략은 애국심에 호소 전략이었다. 이순신 장군을 내세운 광고가 대표적 예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후 달라진 시장 상황은 더 이상 애국심에만 기댈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품질과 기획력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디자인 등 뒤처진 부분에서 과감히 외국의 손을 빌리기로 한 것. 지난 10월 경쟁업체인 나이키의 러닝화 신제품 개발을 담당했던 미국의 신발 전문 컨설팅 업체인 인데버사의 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종합스포츠 브랜드로의 변신을 위해 과거 50%를 넘었던 신발 매출 비중을 줄이고 옷과 잡화 매출을 늘렸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 노력은 기본.

이 회사 김동욱 마케팅팀장은 "어설픈 애국심 호소 작전이 먹혀들던 시대는 지났다"며 "품질과 패션에 기반을 둔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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