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펙 어떠세요?] 이혁재·이동원군,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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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전형에 모의 지원한 이혁재(왼쪽)·이동원군.

지난 10일 성균관대 회의실에서 서라벌고 3학년 두 학생이 모의면접을 치렀다. 사정관들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지원 학과와 연관된 비교과 실적이 없다면 합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면접엔 권영신(42·여)·홍승우(38)·최지연(40·여) 선임 입학사정관이 참여했다.

글= 최석호 기자, 사진= 황정옥 기자

이혁재군
외교관 되기 위한 활동 실적은 충분 … 리더십 전형 노려라

외교관이 꿈인 이혁재군은 고교 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청소년 모의 정상회의와 각종 토론대회에 참가해 수상 실적을 냈고, 모의 유엔 총회에 참가해 국제 이슈에 대한 지식을 갖췄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에서 자선 구호활동을 하는 등 봉사활동도 180시간 가까이 했다.

홍승우 사정관은 “각종 활동이 ‘외교관’이라는 진로계획과 연관돼 이뤄졌다는 점, 일찌감치 어학 공부를 시작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 외국어 점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활동 보고서에서 자신의 꿈과 지원 학과, 활동 내역을 연결시킨다면 1단계 통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군은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전형 중 어떤 전형에 지원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권영신 사정관은 “이군의 경우 리더십특기자 전형을 노려야 한다”며 "자기추천자 전형은 내신이 조금 부족해도 특정 분야에 확실한 재능과 실적이 있는 학생들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더십특기자 전형은 지난해 내신 2~3등급 정도가 합격선이었다. 3학년 내신성적을 2등급 초반대로만 올린다면 비교과 실적이 좋아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는 올해 리더십특기자 전형 자격 기준을 지난해보다 낮췄다. 리더십을 인정받아 학교장이나 지도교사의 추천만 받으면 된다. 또 직위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하지도 않는다.



이동원군
의대 가고 싶은데 사정관 전형 없어 정시 통해 지원을

이동원군은 의사가 꿈이다. 1학년 때는 기자나 경찰이 꿈이었지만, 1학년 말 “고통 받는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의사가 되기로 했다. 이후 4등급 후반대였던 내신성적을 수직 상승시켰다. 면접은 ‘의학계열 지원’과 ‘의학전문대학원을 목표로 한 자연과학계열 지원’ 등 2가지 가능성을 두고 진행됐다.

# 자연과학계열 지원= 최지연 사정관은 “내신이 향상됐다는 점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1학년 성적이 나빴던 이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성적 추이가 1·2·3학년 성적을 20%·40%·40% 반영하는 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교과 실적이 없다는 점이다. 임원 경력이 없는 이군은 학교생활우수자나 자기추천자 전형을 노려야 한다. 그러나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은 내신 1등급대 학생들이, 자기추천자 전형은 비교과 실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몰린다. 사정관들은 “뚜렷한 비교과 실적 없이 내신 향상만을 내세워서는 1단계 통과도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 의학계열 지원= 권 사정관은 이군에게 “성균관대 의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시 특기자 전형에서 의학부 3명을 모집하지만, 대부분이 국제올림피아드 입상자여서 이군은 합격 가능성이 낮다. 사정관들은 이군의 모의고사 성적을 물었다. “3월 모의고사 기준으로 언어·수리·외국어 1등급, 과학탐구 2등급입니다.” 최 사정관은 “남은 기간 동안 수능 공부에 집중해 정시 지원으로 의학계열을 노릴 것”을 당부했다.



면접 어떻게 진행되나

모의면접 평가를 맡은 최지연·홍승우·권영신 선임 입학사정관(왼쪽부터).

전형에 따라 면접 유형이 다르다. 학교생활우수자 전형 중 사범대와 건축학, 영상학, 스포츠과학부는 전공적성 면접을 실시해 전공분야 지식과 재능을 평가한다. 사회봉사특기자와 자기추천자 전형에서는 활동 내역과 관련한 진정성과 학업의지, 전공에 대한 열의 등을 묻는 사정관 면접이 진행된다. 사정관 면접의 초점은 ‘자기주도성’에 있다. 어떤 활동이라도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워 실행한 흔적이 보여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리더십특기자 전형은 교과 면접과 사정관 면접이 함께 진행된다. 교과 면접의 경우 인문계는 언어·사회·영어 문제가, 자연계는 수학지식을 묻는 문제가 출제된다.



성균관대 합격전략
사정관 움직일 철저한 면접 준비가 당락 변수

성균관대는 ‘교양인, 전문인, 리더십’의 3박자를 갖춘 인재를 원한다. 학생부가 40∼70% 반영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정관 평가가 당락의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입시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선 내신 2등급이 못 되는 학생이 다수 합격했다. 예외적이긴 하지만 4등급이 넘는 학생이 합격하기도 했다.

입학사정관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다. 이혁재군은 내신이 평균 2.5등급으로 사정관 전형 합격 가능선이고 어학 실력, 교내외 활동, 봉사활동 등 종합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스펙을 갖췄다. 특히 다양한 책을 섭렵한 독서활동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스펙을 엮어 일관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다독의 차원을 넘어 독서를 하게 된 동기와 독서로 얻은 것을 자신의 관심 분야, 향후 진로와 잘 연결해 보여줘야 한다.

리더십, 자기추천자, 사회봉사 전형에선 면접도 합격의 중요 변수다. 자기추천자와 사회봉사 전형에선 사정관 면접을 실시하고, 리더십 전형에선 교과면접(인문계 언어·사회·영어, 자연계 수학)과 사정관 면접을 병행한다. 면접에선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장점을 잘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성과 진정성이다. 이혁재군의 경우 많은 장점이 있는데도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자신감 부족 탓이다. 자기 확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입학사정관)에게 확신을 심어 줄 수 없다.

이동원군의 경우 내신보다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좋은 편인데 자기소개서를 통해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성적 향상이 사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의 결과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성균관대 입학사정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듯 수험생들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치열한 자기 성찰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학교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먼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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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찬 종로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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