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분당 등 주택거래신고지역 "급매물 확 줄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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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 만에 지난 6개월 실적을 합친 것만큼 거래했습니다." (잠실 5단지 S공인 관계자)

아파트 급매물이 잘 팔리고 있다. 최근 2주일 새 서울 강남권과 분당 신도시의 대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확 늘었다. 지난 4월 이후 강남권이 주택거래신고제로 묶인 뒤 이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이 6개월 넘게 거래가 거의 끊겼던 것을 감안하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지난 10월 말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반짝 거래 후 주춤하다가 부산 등지의 분양권 전매 부분 해제 등 규제 완화, 거래세 인하 방침 등이 잇따라 나오자 실수요자들이 급매물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한다.

급매물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이곳은 최근 5층짜리인 잠실주공 1, 2단지와 14층짜리인 5단지를 중심으로 단지별로 20채 이상씩 거래됐다. 잠실동 대성부동산 최원호 사장은 "1~2주 새 급매물이 거의 다 빠졌다"며 "눈치를 보던 대기자들이 지금 계약하면 내년 거래세 인하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자 서둘러 매수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리모델링할 경우 최고 9평을 늘릴 수 있다는 소식에 거래가 늘었다. 급매물이 빠지자 매매 호가도 조금 올랐다. 잠실주공 1, 2단지는 1000만~3000만원, 5단지는 7000만원 안팎 값을 회복했다. 5단지 34평형의 경우 지난 2~3월 7억2000만원을 호가하다 10월에 5억5000만원까지 곤두박질했으나 최근 6억2000만원대로 올라섰다. 5단지 인근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값이 올랐다기보다 급매물이 빠져 정상 호가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실 인근 신천동 미성.진주.장미.크로바 등 중층도 11월 이후 단지별로 급매물이 4~5건씩 거래됐다. 신천동 정철공인 정지철 사장은 "잠실지구의 거래가 늘자 신천동 일대도 급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원 정도 올렸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2주 새 20여가구의 집주인이 바뀌었다. 이웃한 미도아파트도 15가구 안팎의 급매물이 거래됐다. 명지공인 김진만 사장은 "10월 초까지 급매물이 쌓였으나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거래가 되기 시작해 지금은 급매물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주공 1, 2단지도 지난달 초부터 급매물 거래가 늘었다. 2단지 인근 태양공인 이효숙 사장은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세보다 2000만원 이상 싼 급매물 10여건이 모두 소진됐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의 경우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급매물은 많지 않은 편이다. 목동7단지 20평형은 10월에 2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지난달 이후 대부분 팔려 지금은 2억7000만원 이상을 부른다.

경기도 분당 신도시에서도 급매물이 많이 소진됐다. 야탑동 동부공인 관계자는 "동부코오롱 32평형의 경우 한 달 전만 해도 시세보다 2000만원 이상 싼 급매물이 꽤 있었으나 요즘은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매물 거래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내수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종합부동산세 등 대기 중인 규제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저스트알 김관영 대표는 "좀처럼 안 되던 거래가 이뤄진다는 데 의미는 있으나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고, 매입수요자도 무주택자와 집을 늘려 가려는 사람에 한정돼 있어 거래 확산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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