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들의 생생토크 ④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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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인 중국 유학의 특징은 뭘까. 유학생들은 저렴한 물가 외에도 학업과 취업에 있어 무한한 가능성과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1일,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가오 찡(高靜·21·중국 쑤저우대 한국어학과 3)·전소연(22·이화여대 중국어과 4)·최창원(23·한국외대 경영학과 4)씨를 만나 생생한 중국 유학 경험담을 들었다.

[학업] 명문대 학생 공부에 대한 뜨거운 열정

전소연(이하 전): 북경대나 청화대·복단대가 중국의 대표적인 명문대학이다. 또 ‘211 중점대학’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있다. 중국 정부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 1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국가프로젝트로 선정, 지원하는 대학들이다.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고 대학도 많기 때문에 이 순위 안에만 들어도 명문대학으로 인정한다.

한국 학생은 외국인전형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수험생들이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에 합격률이 높다. 하지만 중국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어렵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졸업장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현지에 한국 유학생만 전문적으로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학원도 있다.

최창원(이하 최): 중국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과 공부방식이 다르다. 적극적이고 아주 외향적이다.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학생들이 열람실 바로 밖에서 책을 들고 큰 소리로 읽으면서 외우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지나가면 자신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과감하게 말을 걸고 좀체 잘 놓아주지 않기도 한다(웃음).

북경대와 청화대를 방문했을 때 공부에 대한 이들의 뜨거운 열정을 실감했다. 자정이되면 대학 기숙사방의 불이 꺼진다. 그러면 수많은 학생들이 남은 공부를 하기 위해 화장실이나 복도의 작은 등 밑에 자리를 잡고 떠날 줄을 모른다.

[생활] 저렴한 물가와 등록금도 장점

가오 찡(이하 가오): 대학의 학업 분위기가 한국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한국은 대학에 입학하면 성인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중국은 다르다. 대학생활도 상당 부분 규율에 맞춰 짜여지고 학생들도 훨씬 소박하다.

전: 대학생도 학생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자유롭게 연애를 즐기거나 화려한 옷을 입고 술을 마시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고등학생처럼 생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학생들마다 각각 반을 나눠 똑같은 시간표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른다. 수업시간에 지각이나 결석이라도 하면 교수에게 아주 크게 혼난다.

가오: 한국에 비해 등록금이 매우 싸다. 중국은 명문대가 모두 공립이다. 평균 등록금이 1년에 4600위안(약 80만원) 정도다. 한국은 대학 서열에 관계없이 대부분 등록금에 대한 고민을 안고 생활하는 것 같다.

전: 저렴한 물가도 큰 장점이다. 대학생 한명이 유학생활을 하는 데 한 달 생활비가 2000위안(약 3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학생식당에서는 한 끼에 5위안이면 푸짐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한국과 거리가 가까워 교통비가 절약되고 시차적응 문제도 없다.

[전망] 현지법 전문 컨설턴트·환경 전문가

최: 중국의 특성을 파악한 뒤 맞춤식 취업 전략을 세우길 권한다. 중국시장은 매우 빨리 변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의 눈길을 소홀히했다간 목표로 한 취업에 낭패를 볼 수 있다. 요즘은 수시로 바뀌는 중국의 법을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현지법 전문 컨설턴트가 인기다. 또 중국정부는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환경 관련 국제적·국내적 협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설비를 장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환경전문가가 유망직종이다. 중국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에서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북경대 회계학과 졸업 후 국내 대기업 증권사에 취업한 사례도 본 적이 있다.

가오: 중국도 한국처럼 국내에서는 공무원이나 교사가 인기직종이다. 최근엔 ‘대외한어(對外漢語)’전공이 선호되는 추세다.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중국어 학습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높아진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중국어 학습에 대한 실수요가 부쩍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낀다.

전: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도 최종 목표는 한국기업 취직인 경우가 많았다. 중국에서 머무는 기간 동안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높인 뒤 한국에 돌아와 입사지원서를 내는 식이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온 뒤 한국식 취업준비를 해야 해 힘들어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한국 기업만 목표로 삼기보다, 중국에 머무는 동안 현지의 외국기업에 눈을 돌려봐도 좋을 것 같다.

[사진설명]“중국유학은 학업과 생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죠.” 최창원·가오찡·전소연씨(왼쪽부터)가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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