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소매·청색 … 의사 가운, 이유 있는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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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인턴 의사들(왼쪽 첫째~넷째)이 16일 응급실에서 레지던트(오른쪽 첫째)·간호사(오른쪽 둘째)와 함께 환자를 살피고 있다. 이 병원은 3월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인턴 복장을 노타이 반소매 가운으로 바꿨다. [프리랜서 공정식]

3월 말부터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인턴의사로 일하고 있는 손경래(27·여)씨는 청색 반소매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물론 병원 외부로 나갈 때는 흰색 가운을 입지만 병원 내에서는 주로 반소매 가운을 입는다. 웃옷은 칼라가 없고 V자형 목 모양을 하고 있다. 바지는 고무줄과 주름선이 들어가 있어 단정하게 보인다. 손씨는 이 옷을 입고 내과와 외과·응급실·신경외과에서 환자를 진료해 왔다.

손씨는 “흰색 가운을 입고 환자의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하기가 너무 불편했는데 반소매 가운은 굉장히 편하다”며 “입고 자다가 급한 환자가 들어왔을 때 그냥 나가도 되고 쉽게 빨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손씨는 특히 “흰색 가운과 달리 소매나 가운 앞의 끝 부분이 환자에게 닿아 세균을 옮기는 걱정을 안 해도 돼 좋다”고 말했다.

넥타이에 흰색 가운은 의사의 상징이다. 이 같은 전통적인 의사의 복장이 달라지고 있다. 반소매에다 길이를 줄인 재킷, 나비넥타이로 다양하게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동산병원 인턴의사 50명은 올 3월부터 반소매 가운을 입고 있다. 반응이 좋아 외과계열 레지던트들도 곧 입을 예정이다. 내년에는 모든 레지던트로 확대된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의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수술복 형태의 반소매 가운을 입고 있다. 수술과 검사를 담당하거나 복막투석을 담당하는 신장내과 의사들이 이 옷을 입는다. 동산병원 황진복 교수는 “반소매 가운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세균 감염 때문”이라며 “흰색 가운의 아래 끄트머리와 소매 끝에 세균이 묻어 다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림대 의대 연구팀이 의사 가운 28개와 넥타이 14개를 검사한 결과 병원 감염의 최대 주범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가운 7개에서, 넥타이 1개에서 검출됐다. 대부분의 가운과 넥타이에서 항생제 내성을 갖는 포도상구균(MRCNS)이 검출됐다.

가운의 길이를 30~40㎝ 줄인 재킷형 가운도 등장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서울성모병원과 부천성모병원은 최근 의료진을 포함한 전 교원의 근무복을 재킷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재킷의 색깔을 흰색에서 환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베이지색 계열로 바꿨다. 세브란스병원은 4년 전 재킷형 가운을 도입했다. 종전에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긴 가운보다 40㎝ 정도 짧게 했고 디자인을 세련되게 해 양복 같은 느낌을 줬다.

동네 의원들의 변화는 더 빠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에서는 길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기가 쉽지 않다. 가운에 각종 그림이 들어가거나 색깔이 베이지색부터 분홍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글=신성식 선임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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