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에게 듣는 대테러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앙일보는 21일 미국의 중동문제 및 테러 전문가 두 사람으로부터 전환점을 맞고 있는 대(對)테러 전쟁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미 외교협회(CFR)의 워런 바스 테러연구특별팀장은 협회가 발행하는 『포린 어페어즈』의 부편집장을 지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선임연구원 다니엘 벤자민은 국가안보회의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문역을 지냈다.

두 사람 모두 9.11 테러를 불러일으킨 근본적 원인이 미국에도 있다는 '미국 책임론'은 강하게 부정했지만 대테러 전쟁의 대상을 이라크로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선 견해를 달리했다.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반미테러를 척결하려면 미국이 중동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바스="이슬람에 적대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이 테러의 씨를 뿌렸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미군은 이슬람교도를 살리기 위해 코소보 전선으로 달려갔다. 클린턴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창설하려는 노력에 깊숙히 개입했다.

▶벤자민="미국의 편향된 중동정책이 테러를 불렀다"는 것은 한마디로 거짓말이다.그런 말을 하는 오사마 빈 라덴은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도운 적이 없다.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가 없는 건전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바스=어렵긴 하지만 국제사회가 잘만 도우면 탈레반의 학정(虐政)보다는 훨씬 나은 나라에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국가재건에 성공한 경험을 가진 한국과 같은 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벤자민=대대적인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거기서 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깨달아야 대립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여러 파벌들이 평화에 대한 의욕을 느낄 것이다.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비롯한 강경파는 이라크로까지 테러전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스=후세인은 자신이 일으킨 대 이란 전쟁에서 뿐만 아니라 정권에 대항하는 자국민에게도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다. 그런 인물이 생화학 무기, 그리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핵무기를 계속 쥐고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결코 좋은 정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벤자민=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다시 추진하거나 미국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라크가 9.11 테러에 연루됐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이 대규모 군사공격을 가한다면 미국은 지금 얻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잃을 것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