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노동운동 함께 사는 노동운동] 상. 친노동계 인사들도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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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계속되는 총파업에 현장은 지쳐가고 있으며 소위 선봉대 역할을 수행했던 노조는 총파업 실패의 후유증으로 휴면상태에 있는 경우도 있다."(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국민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파업을 한다고 배척당하고 있다. 이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현재의 노동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노동계 내부와 친노동계 지식인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노동운동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조합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전태일 기념사업회 주최 토론회에서 정길오 정책본부장은 "전투적 조합주의는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인식돼 국민 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겉으로는 전투적이면서 속으로는 실리를 추구하는 대기업 중심의 투쟁방식은 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노동운동은 사업장 단위의 협소한 노사관계에서 보다 거시적 차원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기 교수는 "이제 노동자들은 사회와 국민경제의 이익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직업적 이익을 실현하는 운동윤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급의 이익만 추구할 경우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옥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수석연구원은 "자신보다 훨씬 더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 납품업체 노동자, 하청 노동자,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사랑의 정신이 없는 노동운동은 조직 이기주의만 남는 썩은 노동운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태일 이후 30년 넘게 가시밭길을 걸어온 한국 노동운동이 위기를 넘어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비정규직, 연소.여성 노동자, 이주 노동자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끌어안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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