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보 뽑으면 4년 고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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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6월 2일 지역 일꾼 3991명이 뽑힌다. 4년간 대한민국의 16개 시·도와 228개 시·군·구의 교육과 지방 살림을 맡을 일꾼들이다. 내가 낸 세금의 씀씀이가 이들 손에 달렸다.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야 하는 이유다. 4년 전 뽑은 기초단체장 240여 명 중 절반가량(48.7%)은 비리 또는 위법 혐의로 기소된 일도 있다. 중앙선관위 이기선 사무총장은 14일 “ 4년을 후회하지 말고 뽑기 전에 고민하자”고 호소했다. 전문가 18인 인터뷰를 통해 뽑지 말아야 할 후보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추렸다.


고정애·백일현·허진 기자

1 수퍼맨형 지방 살림 맡겠다면서 공약은 대통령급으로 내걸어

전문가들은 “백화점 식이거나 허무맹랑 또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형 공약을 내는 후보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한경대 이원희(행정) 교수는 “지자체의 재정 능력으로 감당 못하는 대통령급 공약을 낸다거나 국회 소관인 법률 개정 사항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하는 후보는 안 된다”며 “이번 지방선거부터 공약 우선 순위와 예산 집행 계획이 담긴 매니페스토(선거공약서)가 제공되니 반드시 챙겨 보라”고 말했다.

2 해바라기형 유력 정치인 따라 다니며 얼굴 알리기에만 신경 써

중앙대 장훈(정치외교) 교수는 “지방의 자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중앙을 향한 해바라기는 뽑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교수는 “유력 정치인을 따라다니다 공천되고, 표를 모아 당선되는 ‘선거공학적’인 사람들은 결국 문제를 일으킨다”며 “주민 의견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신여대 강석훈(경제) 교수는 “성격이 전혀 다른 정당을 오간 후보”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3 붙고보자형  재정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짓겠다, 해주겠다” 외쳐

김태호 경남지사는 “절대 찍지 말아야 하는 사람은 야합하는 사람”이라며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여기저기 야합한 후보는 이후 행정을 해 나가는 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선거 중 해놓은 말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꼬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엇을 하겠다는 말만 할 뿐 어떻게 하겠다는 설명이 없는 후보는 뽑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4 세금도둑형  본인 세금 제대로 안 내면서 우리 세금 관리하겠다니 …

인하대 김용호(정치외교) 교수는 “나쁜 사람부터 골라내는 게 빠르다”며 세금을 제대로 안 낸 후보를 예로 들었다. 강석훈 교수도 마찬가지다. 유권자가 곧 납세자이듯 지방재정은 곧 세금이란 점 때문이다. 세금을 제대로 안 낸다는 건 그만큼 지방재정을 허투루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주대 김영래(정치외교) 교수는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실한 예산을 쓸 사람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5 지역주의형  당선 확률 높이기 위해 비전 대신 지역 갈등 부각시켜

이광재 사무처장은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후보도 꼽았다. 이 사무처장은 “정책선거를 하려면 무엇보다 지역갈등을 제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라대 강경태(국제관계) 교수는 “각 정당들이 텃밭에서 정말 쉽게 공천하고, 거저 먹으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견제받지 않는 특정정당의 지역독점 구도는 부패·비리의 원인이란 얘기다. 실제 영남·호남의 경우 토착 비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6 뜨내기형  몇 십 년 고향 떠났다 낙하산으로 돌아와 지역 연줄 강조

오재일 전남대 행정대학원장은 “낙하산 식으로 오는 뜨내기 정치인을 뽑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이현우(정치외교) 교수는 “선거 때만 반짝하는 후보인지, 평소 꾸준히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후보인지 공헌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는 생활정치기 때문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김영순 서울 송파구청장은 “지역에 헌신하고 사랑할 각오가 돼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7 파렴치형  부패·인사비리·경제범죄에 연루됐다면 퇴출 후보 1순위

김호열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다른 게 아무리 좋아도 도덕성이 안 되면 안 된다”며 “흠결 있는 사람은 잠재적 범법자”라고까지 말했다. 부패·인사비리·경제 범죄에 연루됐다면 무조건 배제 대상이란 얘기다. 숭실대 강원택(정치외교) 교수는 “동네와 이해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자체 비리의 대부분이 인허가 과정과 관련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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