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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전쟁 어지러운 세상 부처님의 해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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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불교계 중진 지식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위해 뭉쳤다.

재가불자(在家佛子.출가하지 않은 불교도)지만 출가한 승려 이상으로 불교를 깊이 연구해온 지식인 30여명이 '불교토론광장'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19일 오후 1시45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모임의 첫 토론광장을 연다.주제는 '21세기 지구촌 평화공존의 화두-둘 아님(不二)의 사회철학적 의미'.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명간 갈등.대립에 대해 불교적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나아가 우리 사회 속의 반목과 질시를 불교사상으로 극복해보자는 취지도 겸했다.

구성 멤버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중심그룹은 교수들이다. 박세일(서울대.법학).소광섭(서울대.물리학).심재룡(서울대.철학).정병조(동국대 부총장.불교학).박광서(서강대.물리학).성태용(건국대.철학).권기종(동국대.불교학).허우성(경희대.철학).이각범(정보통신대학원.사회학).유석춘(연세대.사회학).양형진(고려대.물리학)교수 등. 이들 외에 공종원(불교언론인회장).김규칠(불교방송 사장).명호근(쌍용양회 사장).박준영(sbs 전무).이용부(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채태병(변호사).황청원(시인).배금자(변호사)씨 등 각계에서 알려진 재가불자, 재야 불교학자들이다.

세대와 구성도 다양하다. 최연장자급인 김규칠.명호근 사장을 비롯, 박세일.성태용.이각범.박광서 교수 등은 모두 1960년대 대학생 불교서클에서 활동했던 인물들. 물리학자인 소광섭.양형진 교수 등은 현대물리학이 불교의 가르침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불교에 심취한 경우. 사회학자인 유석춘 교수 등은 개인적으로 모임의 취지에 동의해 합류했다.

모임을 준비한 김규칠 불교방송(BBS)사장은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교는 현실문제, 특히 미래나 비전에 대해 적절한 발언을 하지 못해왔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 불교의 가르침에 따른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각계각층 분들의 목소리를 담을 창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불교계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같은 모임에 대한 필요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는데, 지난 9월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이 터지면서 "불교적 가르침에 따른 논의와 의사표시가 필요한 사건"이라는 데 뜻을 같이해 모임구성에 속도가 붙었다.

토론광장의 첫 주제로 삼은 '불이사상'은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으로 "모든 존재는 결국 서로 다르지 않은 하나"라는 사상이다."너와 나,기독교와 이슬람을 구분하는 마음에서 갈등과 대립이 생기는데 사실은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극한적 대립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모임에 힘을 더하는 것은 불교계 언론이 모두 후원에 나섰다는 점이다. 불교계 3개 신문(불교신문.현대불교.법보신문)과 2개 방송(불교방송.불교TV)이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다.

불교신문 사장인 영담 스님은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대한 재가불자 지식인들의 진지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그동안 부족해 아쉬웠다.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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