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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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순수예술과 문화산업을 대립적 구도로 인식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태다. 순수예술 분야도 정보기술이 급변하고 있는 오늘날의 추세를 따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예술과 산업의 결합은 필수적이다."

문화관광부가 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취지다. 문화부는 올해 '문화 콘텐츠 진흥원'을 설립, 게임과 영상.영화.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을 촉진하고 이들의 내용을 채워줄 문화예술 분야의 콘텐츠 개발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문화부측은 ^한국의 문화적 전통이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 깊이를 지니고 있으며 ^정보.통신의 인프라가 세계 일류 수준으로 발달했고 ^문화 콘텐츠를 산업화로 연결할 만한 기술도 매우 발전했기 때문에 문화산업을 차세대 발전 종목으로 더욱 가꿔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화부 한 고위관계자는 "여러가지 기술 환경을 감안할 때 우리는 문화산업을 어엿한 국가산업의 한 분야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다고 문화산업에만 치중한다는 뜻이 아니라 순수예술을 모태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창의력을 키우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어느 화랑은 경매문화를 도입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미술을 문화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요즘의 흐름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도 이같은 추세가 뚜렷한 만큼 우리 문화예술계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의 산업적인 성공으로 꼽히는 사례는 많다. 국내외에서 모두 환영을 받고 있는 '난타'를 비롯, 다음달 1백억원을 들여 공연하는 LG아트센터의 '오페라 의 유령' 등은 공연예술이 순수 영역을 넘어서 산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화산업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문화 소비자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문화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좌파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1980년대 들어와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며 "산업의 발달로 예술을 소비하는 계층이 형성된 만큼 이들의 성향을 감안해 문화예술도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정책 입안자와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자면 순수문화예술은 이제 존립하지 않으며 시대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모두 산업적인 틀에 편입됐고, 따라서 문화예술도 다른 사람이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실제 문화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문화관광부의 고민도 적지 않다. 문화산업국 관계자는 "실제 산업의 기반이 되는 순수문화예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원해 산업분야로 연결할 것인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다음달 중순 예술 및 산업 관계자들과 이에 대한 종합적인 세미나를 여는 등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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